수위단원 선거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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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단원 선거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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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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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4)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 교무의 유림산책.jpg

초등학교 5학년 반장선거에서 한 친구에게 후보자로 추천되었다. 전혀 생각이 없었던 나는 당황했다. 반장으로 선출되면 반을 어떻게 이끌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해보라는 담임선생의 말씀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제발 나를 뽑지 마.”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반장이 되고야 말았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 친구에게 가서 따져 물었다. “너 왜 나한테 상의도 없이 나를 추천하고 그래?”


며칠 후면 원불교 교단의 3대 3회를 정리하고 4대를 열어갈 새로운 수위단원을 선출하는 날이다. 이미 남녀 각각 3배수의 후보자가 추천되어 공고되었다. 후보자들은 교단의 선거법에 따라 사퇴를 하지 못한다. 선거운동도 금지되어 있다. 후보자에 대해 알아야 할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겠지만, 도가(道家)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인만큼 원근친소(遠近親疏)를 떠난 공정한 선거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감내해야할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맹자와 그의 제자 만장은 다음과 같은 문답을 하였다. “요(堯)가 천하를 순(舜)에게 주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다. 천자(天子)는 천하를 남에게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임금이 천하를 소유한 것은 누가 주신 것입니까?” “하늘이 주신 것이다.” “하늘이 주었다는 것은 순순연(諄諄然: 상세하게 말하는 모양)히 명한 것입니까?” “아니다. 하늘은 말씀하지 않는다. 행실과 일로써 보여주실 뿐이다.”


만장은 요의 뒤를 이어 순이 천자가 된 것은 요가 자신의 자리를 순에게 주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에 맹자는 천자의 자리는 사사로이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하늘이 준 것이라고 말씀한다. 행실과 일로써 보여준다는 말은'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처럼 평소 그의 행실과 일을 듣고 보아온 대중들의 눈과 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서경(書經)』에서는“하늘이 보는 것은 백성들이 보는 것에서 비롯되며, 하늘이 듣는 것은 백성들이 듣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대통령에 해당되는 천자와 교단의 수위단원이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비교불가다. 우리 교단은 진리로부터 법계의 인증을 받은 교단이다. 그러므로 수위단원은 진리와 대종사의 대행자로서 교단과 세계를 책임지고 전 교도와 일체생령을 인도할 책임이 있는 자리이다. 어찌 일개 국가의 대통령의 자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 대중은 오직 '천심'으로 뽑아야 할 막중한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무엇이 천심인가? 정산종사는 사(邪)없는 마음이 곧 천심이요, 천심으로 하는 심판이 곧 하늘의 심판이라고 하였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오직 천심으로 보고, 오직 천심으로 듣고, 오직 천심으로 판단하여 과연 누가 주세불 대종사의 법통을 받들어 나갈 혈심인물인가를 살피고 또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교단의 미래는 결코 수위단원에 있지 않다. 그 수위단원을 뽑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수위단원이 선출된 이후에도 교단을 향한 우리들의 의무와 책임은 끝난 것이 아니다. 자신보다 연배가 낮았던 새 종법사를 향해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여 교단의 법통과 종통을 바르게 세우고자 했던 상산종사의 심법을 잊지 말아야겠다. 화합교단을 위해 위에서 이끌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래에서 받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공의에 따라 선출된 이후에는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아닌 것은 바루어주며 다함께 끝까지 믿어주고, 끝까지 감싸주고, 끝까지 하나 되어 가야겠다. 말도 없이 반장으로 추천한 이유를 따져 물었던 나에게, 미소 지으며 대답한 그 친구의 말처럼 말이다.


“내가 도와줄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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