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 7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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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 7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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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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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 교도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 송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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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핵사고. 일본 정부는 사고 전에 비해 20배, 우크라이나에 비하면 방사능 수치가 4배나 높은 오염지대에서 살라고 한다. 핵사고가 다세대 가족을 흩어지게 하고 직장때문에 엄마와 아이만 피난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 8명이 16일 원불교환경연대 초청으로 입국하여 보양교류 프로그램을 마치고 22일 돌아갔다. 세 차례나 핵시설을 막아낸 삼척에서 반핵역사를 배우고, 태양의 도시를 선포하여 지속적으로 에너지자립을 키워가는 서울에서 공연도 보고 서울시립 대안학교인 '크리킨디'학생들과 남산길이며 홍대거리도 함께 걸으며 우정을 나누었다.


한류드라마 배우처럼 한복을 입고 고궁산책도 즐겼다. 양국의 젊은이들은 최대한 상대국 말을 쓰고 영어에 번역기에 몸짓까지 동원하여 언어장벽은 문제도 아니었다. 먹고 자고 놀고 일본에서는 꺼내기 어려운 사회문제도 기탄없이 토론하면서 친밀도는 오랜 친구 같아졌으며 2-3일 전부터는 어떻게 헤어지나 눈물짓는다는 친구도 생겼다.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먼저 말 걸어주고 친근하게 손 잡아주는 한국학생들에게 특히 고마워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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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구면이었다. 6년 전 서울광장에서 후쿠시마 1주년 행사 때 후쿠시마 피난민 아홉살 소녀로 무대에서 '저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결혼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라면서 핵사고 공포를 전했던 에리카였다. 그 해 서울광장 편지낭독을 계기로 아홉 번째 방한했고 국제적인 반핵 활동가가 되었다. 한 친구는 만화를 잘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집중하기가 어렵고 만화도 생각대로 그리기 어려워졌고 머리도 아프고 미열도 지속되어 우울했는데 한국에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도 생겨 마음껏 얘기를 나누면서 열도 없고 우울한 마음도 털었다며 행복해 하며 한국에 유학을 오겠다고 했다.

'핵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후쿠시마 - 한국청소년 보양교류'는 교정원 공익복지부의 후원으로 원불교환경연대가 한국에서 처음 시도했다. 양국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을 북돋고 감동적인 국제교류의 체험과 추억을 선물했다. 방한단장은 핵 없는 세상을 꾸리기 위해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라며 배웅 나온 강해윤 교무를 비롯한 원불교환경연대 스텝에게 감격과 감사를 연발했다.


마중 때 좀 어둡고 긴장했던 아이들이 자고 나면 표정이 밝고 풍요로워지는 모습에 환경연대 이태옥 사무처장은 '7일간의 기적'이라며 표현했다. 정말 지켜보는 어른들도 날마다 밝아지는 아이들 표정이 놀랍고 신기하고 뿌듯했다. 역시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왕성하게 변한다. 좋은 환경과 다양한 체험이 얼마나 크게 빨리 작용하는지 지켜본 만큼 미래세대를 최대한 배려하는 세상이어야 함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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