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원불교의 성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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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원불교의 성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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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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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5)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 교무의 유림산책.jpg

맹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성선설(性善說)'이다. 성선설이란 한자그대로 우리의 성품이 본래 선하다는 말씀이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 맡을 수도 없는 그 성품자리에 대해 맹자는 어떻게 선하다고 주장할 수 있었을까? 맹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사람들이 모두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지금에 사람들이 갑자기 어린아이가 장차 우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는 모두 깜짝 놀라고 측은(惻隱)해하는 마음을 가지니, 이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고 해서도 아니며, 이웃에게 명예를 구해서도 아니며, 잔인하다는 비판을 싫어해서 그러한 것도 아니다. 이로 말미암아 본다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仁)의 단서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義)의 단서요,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禮)의 단서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智)의 단서이다.”『( 맹자』,「 공손추장구」)


맹자에 의하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해관계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구하려는 마음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낸다는 것이다. 위의 네 가지 마음을 사단(四端)이라고도 하는데, 사단이란 네 가지 단서라는 의미로 이 네 가지 단서를 통해 우리의 성품에 인·의·예·지의 속성이 갊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에서는 맹자의 성선설 외에도 순자의 성악설(性惡說), 고자의 무선무악설(無善無惡說)등이 있지만 중국 송대 이후에 성선설이 공자의 법통을 이은 정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편 대종사는 “사람의 성품이 정한 즉 선도 없고 악도 없지만[靜則無善無惡], 동한 즉 능히 선하고 능히 악하다[動則能善能惡].”고 말씀한다. 또한 “사람의 성품은 원래 선악이 없는 것이나 습관에 따라 선악의 인품이 있어지나니 습관은 곧 당인의 처음 한 생각이 좌우의 모든 인연에 응하고 또 응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다.”하기도 하였다.


정산종사는 어느 날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들으시고 “성품이 고요한즉 선도 없고 악도 없으나 움직인즉 능히 선하고 능히 악한 것이니 성품의 본체 자리를 그대로 체받아서 행할 때에는 선으로 나타나야 하므로 계선설(繼善設)이라고 하여야 옳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여, 대종사의 성품에 대한 말씀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성품이 무선무악이란 말은 단순히 선도 악도 없다는 말이 아니라 선악에 집착됨이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상태를 의미한다. 성품이 능선능악이란 말은 단순히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라 성품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인류문명사의 핵심 문제요, 일대사이자,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대종사의 말씀처럼 처음 그 한 생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요, 정산종사의 말씀처럼 처음 그 한 생각을 어떻게 선으로 나타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맹자의 사단 역시 선한 그 한 생각을 실마리로 해서 선한 성품으로 가꾸어가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각자의 성품에 무엇을 담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에 각자의 일생 뿐 아니라 영생이 달려있다. 한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사회·국가·세계의 운명이 달려있다. 영생을 살아가는 불생불멸의 이치와 내가 곧 조물주라는 인과보응의 이치를 안다면 이 성품의 관리에 대해 서두르지 않을 수 없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스승의 말씀처럼 제종교의 성품에 대한 갖가지 이론의 결론은 결국 한 마디로 귀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성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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