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종교의 외피를 벗다
상태바
명상, 종교의 외피를 벗다
  • 관리자
  • 승인 2018.10.23 2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기행.jpg

# 법의 섬으로 간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담마디파 선원(Dhamma Dipa Vipassana Meditation Centre)으로 향하는 길, 운전 중인 필자가 길을 잘못 들게 되어 우연히 들르게 된 글로스터에는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등장한 글로스터 대성당(Gloucester Cathedral)이 자리잡고 있다. 1300년의 역사와 웅장한 고딕양식의 성전, 이에 더해 마침 연습 중인 성가대의 화음은 다음 목적지를 잠시 잊어버릴 만큼 강력했다.


미얀마의 고승(高僧) 레디사야도(1846~1923)와 그 재가(在家) 제자우바킨(1899~1971) 그리고 고엥카(1924~2013 사진1)의 위빠사나 전통을 계승하는 담마디빠 선원은 모든 운영을 스님이 아닌 일반인 지도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스승인 고엔카의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가르침 입니다”라는 뜻에 따라 종교적 색채를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센터에는 불상은 고사하고 불교적 장식품조차 두지 않았다.


위빠사나(vipassana)는 초기 불교의 경전어인 빨리어(pali)를 음역한 것으로 두 개의 낱말인 '분리하다', '쪼개다', '관통하다'의 뜻을 가진 위(vi)와 '관찰', '식별'등을 의미하는 빠사나(passana)의 합성어이다. 이를 합하면 '꿰뚫어 봄'혹은 '통찰(洞察)'로 이해할 수 있다.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이 온전히 담겼다고 평가되는 위빠사나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명상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미얀마 출신인 우바킨(미얀마 재무국의 최고 공무원을 역임한 재가수행자)의 전통에 따라 고엥카가 가르친 위빠사나 명상을 보조교사(Assistant Teachers, AT)가 지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담마디빠에서는 위빠사나 명상이 근간으로 하며 호흡명상을 함께 배운다. 훈련 초기에 호흡명상을 하고 그 이후에는 위빠사나를 한다. (10일 훈련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3일간은 아나빠나(數息觀), 나머지 7일간은 위빠사나로 구성된다)


1회 이상의 10일 코스를 받은 수련생을 올드 스튜던트(Old Students)라고 부르며 이들은 수행의 경력에 따라 10일 코스 수행 이외에 중·고급 과정의 수행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고급 과정의 수행을 받기 위해서는 10일 훈련 코스 또는 명상센터 점검기간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육체노동의 보시(식당 보조)를 한 후에 중·고급과정의 수행을 받을 수 있다.


고엥카의 법을 이은 위빠사나 선원은 전 세계에 200여 곳이 넘으며 150만 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10일과 한 달 짜리 수행 코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온라인 등록은 몇 시간 만에 마감 되며 늘 2~3배 정도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마구간으로 쓰였다는 수련자를 위한 공간(사진2)은 수행에 참여하는 기간 별로 따로 구분했고, 전문수련자를 위한 백 개의 파고다 형 토굴이 이제 막 지어졌다(사진3).


명상이 드디어 종교라는 외피를 벗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이곳은 연수과정에서 들른 방문지 중 가장 미래지향적이고 활기찼던 곳이다.


일행들은 '법의 섬'이라는 의미의 담마디빠의 대강당에 앉아 고엔카의 목소리가 녹음된 호흡명상 나레이션을 들으며 들숨과 날숨에 마음을 챙겨본다.(사진4)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