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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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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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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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월(성순) 교도(화정교당, 서울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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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교무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문제(2)
여자교무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바꾸길 희망하는 의견들이 많았으나, 중년 이상의 교무 중에는 이미 정복에 적응된 상태라 이 상태로 있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 계절별 정복이 평균 3~4벌 있으며, 한 벌 장만하는데 50~60만원이 소요된다. 정복은 대개 신도들이 해주거나 본인의 용금으로 해 입는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복장을 바꾼다 해도 외출할 때 입을만한 옷이 없고, 새로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변화를 망설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교당의 경우는 어떠할까? 미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원불교 미주선학대학원에 근무하는 여자교무들의 경우에는 일반인들과 차별화되지 않는 정장차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원불교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이 여자교무들의 머리 및 복장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일이 생기면서 미주선학대학원에 근무하는 여자교무들을 중심으로 3년간 시범적으로 정장차림을 하다가 서서히 바꾸자는 결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범기간이 끝나고 한국 익산 총부의 수위단에 그 안건이 상정되면서 토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원상복귀로 결정해버렸다고 한다. 사실 여자교무들의 복장문제는 수위단회가 아닌 여자 정화단 내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인데, 남녀수위단원들이 종법사와 함께 논의하여 원점으로 회귀시켜 버린 것이었다. (하상의, 「원불교 남녀평등의 이념: 현실과 과제」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제71집, 2017, pp.442-443)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원불교의 정복차림에 대한 반감은 종교지도자와 신도 간의 차별성을 달가워하지 않는 미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원불교 교단의 문화와 신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어느 남자 외국인의 경우 이 여자교무 복장에 대해 'dowdy and off-putting(초라하고 불쾌한)'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 교당에 들어 왔을 때, (교역자들의 복장이) 원불교의 교리와 문화가 서로 깊은 불일치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종교에서 성직자의 복장은 출가와 재가의 강한 형식적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현대적 형태의 불교를 표방하는 원불교의 이런 모습은 매우 낡은 구습으로 보인다. 이런 논의가 건들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일지 모르겠지만, 원불교 여성성직자들의 복장 디자인은 이들의 정신적 불일치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용문에서도 원불교 여자교무의 복장을 낡은 스타일로 보고 있으며, 교무와 신도 간의 통합성을 가로막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결국 해외교당에서의 변화를 위한 시도가 국내의 보수적인 지도부에 의해 가로막히고, 교헌개정위원회 활동까지 중지된 지금은 두 가지의 통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현재의 보수적 입장의 종법사가 임기 만료 후에 새로 진보적 성향의 종법사가 추대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하지만 이전 종법사가 후임을 지정하고 수위단에서 이를 표결로 지지하는 기존의 방식을 생각해볼 때 섣부른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두 번째는 해외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국내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아닌, 국내에서 교도들까지 합세하여 변화를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이 무척 힘들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지만 백년의 전통을 바꾸는 작업이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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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448

2.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619

3.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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