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구구팔팔 이삼사(九九八八二三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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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구구팔팔 이삼사(九九八八二三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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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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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오 교도 (분당교당, 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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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식사하는 것은 병을 먹여 살리는 것

요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면 노환으로 운명하시는 분들의 수명이 90세가 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흔히 말하는 100세 시대가 곧 도래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도 그렇고,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수명만 연장하는 사람도 그렇다.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구십구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이삼일 아프다 죽자(九九八八二三死)라는 건배사까지 등장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식품도 잘 챙겨 먹으며,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간다. 그러나 때론 우리가 건강을 위해서 하는 행위들이 어쩌면 우리의 몸을 망가트릴 수도 있다. 70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분들이 식후에 약을 한 주먹씩 드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당뇨약, 혈압약은 기본이고 각종 질환 관련 약에 영양제와 예방약까지 드신다. 어떤 때는 그 많은 약들이 몸에 들어가면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는데도 각각의 질병에 따른 처방을 받아 약을 드시고 계시는 것이다.


몇 해 전 필자의 친구 아내가 암 투병끝에 사망했다. 그 친구는 재경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나, 아내가 암투병을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몸과 건강에 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시작하여 「내 몸 안에 준비된 의사」라는 책을 저술하기에 이르렀다. 그 책에서 읽은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한다.


내 몸 안의 의사는 자연치유력을 말한다. 뼈에 금이 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뼈가 자연스럽게 단단히 굳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스스로 치유되는 힘이 있다. 야생동물들은 몸이 아프면 굶거나 쉬면서 몸이 치유될 때까지 기다린다. 인간도 질병에 걸렸을 때 자연치유력을 회복시키면 질병을 보다 쉽게 나을 수 있다. 감기에 걸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나았다면 약 덕분에 나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약은 콧물과 기침, 두통과 같은 감기 증세를 완화시킬 뿐, 감기의 원인이 되는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감기가 낫는 것은 면역세포인 백혈구가 감기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때문인데, 사실상 이것은 감기약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유전자가 일시적으로 역할을 못하여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유전자의 환경이 개선되면 유전자들이 다시 제 역할을 하게 되므로 질병은 치유될 수 있다. 질병의 치유는 치유 기능을 하는 준비된 의사인 유전자가 일한 결과이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치유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금식과 스트레스 해소를 들 수 있다. 기존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질병에 걸렸을 때 금식하는 것이 회복에 좋다고 한다.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독소를 제거하고 망가진 세포를 복구하여 질병을 자연치유 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도 '아플 때 식사하는 것은 병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며 금식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스트레스 또한 우리를 죽이고 있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어 육체적ㆍ정신적으로 건강을 해치고, 행복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스트레스 요인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각자가 그 요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음의 휴식이나 취미생활, 운동, 봉사활동 등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의 사망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는 경우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도 있다. 이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요인은 신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생로병사의 이치는 거스를 수 없는 진리이다. 나이 들어 노쇠해지고 병치레가 잦아지는 것을 새 몸 받을 시간이 가까이 온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매사에 은혜를 발견하여 보은하는 생활을 하다 보면 구구 팔팔 이삼사를 누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속세의 삶을 위한 건강한 구십구 세를 꿈꾼다면 인생의 큰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을 담는 그릇인 만큼 노년의 건강과 수명연장은 내생을 위한 공부와 수양의 시간으로 채워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구구팔팔 이삼사(九九八八二三死)는 성불제중의 큰 서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데 그 중요성을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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