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法城)의 성주(城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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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法城)의 성주(城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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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30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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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8)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 교무의 유림산책.jpg

최근 안시성전투를 내용으로 한 영화를 보았다. 645년 당 태종 이세민이 직접 이끄는 대군이 고구려 영토인 요동 지역의 안시성을 공격한다. 하지만 안시성의 고구려 병사 및 백성들은 적의 위세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완강히 저항했다. 결국 정복 전쟁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던 당 태종은 3개월 만에 물러나고 “나의 자식들은 고구려를 공격하지 마라. 이길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영화는 승리의 원인을 안시성의 성주(城主) 양만춘과 그를 중심으로 백성들이 안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했기 때문임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등문공(滕文公)이 맹자에게 물었다. “등(滕 )나라는작은나라로, 제(齊)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에 끼여 있으니, 제(齊)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초(楚)나라를 섬겨야 합니까?”이에 대해 맹자는 “그러한 계책은 제가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기어이 말하라고 하신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으니, 못을 깊이 파며 성을 높이 쌓아 백성과 더불어 지켜서 백성들이 목숨을 바치고 떠나가지 않는다면 이것은 해볼 만한 일입니다.” 『( 맹자』,「 등문공상」)라고대답한다. 맹자의 말씀은 지도자라면 외부에서 오는 위기의 순간에 요행을 바라지 말고, 오직 백성들과 더불어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함을 의미한다. 그 좋은 일례가 바로 안시성전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교단은 이제 새 지도자를 모시게 되었다. 앞으로 교단은 인구감소, 경제위기 등 밖으로부터 오는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이때에 새로운 지도자를 모시고 이 성을 어떻게 공고히 하여야 할까? 맹자의 말씀대로라면 한 순간의 요행이 아닌 안으로의 역량을 길러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산종사는 어느 날 대산종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개인의 실력에 세 가지가 있으니 안으로 정력(定力)을 닦는 것과 진리를 연마하는 것과 계율을 바르게 가지는 것이요, 교단의 실력에 세 가지가 있으니 안으로 교재를 정비하는 것과 교역자를 양성하는 것과 교단 경제를 안정케 하는 것이니라.”


성을 견고히 하듯이 교단의 실력을 쌓아가고, 성안의 백성을 단련하듯 개인의 실력을 쌓아간다면 그 가운데 교단의 발전은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 진정한 위기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대산종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선(禪)을 하지 않는 자와 계문을 범하는 자와 일을 하지 않는 자는 대종사의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대도정법회상을 파괴하는 좀이 되고 마군이 되나니 어찌 두렵게 이 밥을 먹고, 이 옷을 입고, 이 집에 살리오.”라며 심훈(心訓)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가 스스로를 지키고 교단을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은 최소한의 일과(日課)를 죽기로써 지켜 가는데 있을지도 모른다. 하고 하고 또 하는데서 결국 법성(法城)은 쌓여갈 것이요, 않고 않고 또 않는데서 결국 법성은 무너져갈 것이다.


정산종사는 또한 우리 교단과 개인이 이 모든 실력을 잘 갖추는 동시에 안으로 서로 화합해야함을 강조하였다. 하루는 어떤 일로 학인들이 불화함을 보고 “그대들이 아무리 천하를 차지하는 큰 공을 세운다 할지라도, 불화하면 내 마음이 불안할 뿐 아니라, 일도 또한 잘 되지 못 할 것인즉, 오직 한 가지 일을 할지라도 화합하는 속에서 일을 하여야 내 마음도 기쁘고 그 일도 잘 되리니, 큰 성공을 하려거든 먼저 화합부터 하라.”고 당부한다.


안시성 성주의 직위는 양만춘 한 사람이었지만, 성주의 역할은 믿음으로 뭉친 그 안의 모든 백성이었다. 법주(法主)의 직위는 종법사 한 분이지만, 법주의 역할은 그 안의 모든 교도여야 한다. 대종사는 어쩌면 교단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일과득력(日課得力)과 준법지계(遵法持戒)로 법성을 견고히 하고, 신(信)으로 그 축을 세워, 교단의 법주·세계의 법주가 되어주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지 않을까!


“원불교를 공격하지 마라. 이길 수 있는 교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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