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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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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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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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월(성순) 교도(화정교당, 서울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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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수자 차별 문제 : 그는 왜 교무가 되지 못했나?

2012년에는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예비교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학교 내 교무들을 비롯한 다른 예비교무들의 부모들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교무로 임용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다. 미주선학대학원 측이나, 교단의 진보적 입장의 교무와 교도들도 여러 가지로 노력은 했지만 그 예비교무가 이미 교단 내에서 받았던 상처가 너무 커서 임용을 포기했던 것이다. 교도들에게까지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일선 교무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이었으며, 아직까지 규정이나 인식 등 성적 소수자문제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교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충격이 컸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 교단이라고 예외가 아님을 여실하게 보여주었으며, 수용과 불수용이 확연히 나뉘는 가운데 수용하는 쪽에도 다차원적인 시각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논문을 위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수용과 불수용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었으며, 자신을 보수로 규정한 교도들은 확실하게 불수용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성소수자 교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수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답변도 남녀교도와 교무들에게서 다수 나왔다. 성소수자가 교무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따라서 수용할 용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성 소수자 교무가 부임해온다면 교당을 옮기겠다고 답하는 남자교도도 있었다.

또한 수용한다는 입장에서도 개인의 신념에 따라 다차원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30대 진보성향의 남자교무는 “성소수자가 교무로 임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근본적으로 성소수자의 교무 임용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공인으로서의 부담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명확히 말하면 그는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교무임용도 찬성하지만 사회적 시각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많은 여자 교무나 교도들 중에 의외로 이 문제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보여주는 이들이 있었다. 원불교 교리 상으로는 성소수자 역시 '은혜의 존재'이기 때문에 차별받을 이유가 없으며, 존중받지 못할 이유도 없는데, 그를 교무로 임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교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해외포교 차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만약 2012년의 사례 같은 일들이 서구사회에 알려지면 교도들이 많이 떨어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성소수자를 둘러싼 논의에서 대종사의 교법에 대한 양쪽의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70대 남자교도는 성소수자의 교무임용은 낙원세상을 만들고자 하시는 대종사님의 본의가 전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반면에 수용하는 입장의 50대 여자교무의 경우에는 전무출신은 오직 각자의 원에 의하여 서원하는 것이므로 모든 문로를 열어두는 것이 소태산의 교단관이라고 정의했다. 구제의 대상에 차별이 없듯이 전무출신 서원의 길에도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제3의 입장으로서 논의의 중심이 된 당사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는 교무도 있었다. 물론 교단의 결정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소셜 네트워크에 자신의 연애사를 올린 행동은 부적절했으며, 이러한 기준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예비교무들에게도 소급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밖에 원불교 교단이 여자 교무의 결혼을 금지시키는 것과 성소수자 인식문제를 동질적인 '차별'이라고 보는 여자교무도 있었다. 성 정체성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교무의 결혼 역시 근본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도로서는 수용하겠지만 교역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한 교무도 있었다. 이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수용의사를 밝히는 것보다는 훨씬 진지하고 솔직해보였다.


성소수자를 교무로 수용할 수는 있되, 예비 교무 과정에서 추가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한 여성 교도도 있었는데, 그 '교육'의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히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성소수자는 수용할 수 있지만 성소수자 교무가 교화를 하는 것에 대한 교도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거리를 두는 의견도 나왔다. 당분간은 성소수자 교무는 성소수자들 만을 대상으로 교화를 한다거나 하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또한 오랫동안 국민국가체제 속에서 차별받아 온 외국인노동자, 여성, 장애인 등의 복지와 구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원불교가 정작 성소수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스스로 종교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것이라고 말하는 남자교무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의견은 외국인에게서 나온 것이었는데, 원불교 교단의 성소수자 인식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성(性)에 직면하지 않으면 어떻게 현대적이고 건강하고 건전한 종교를 창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내용이었다.


지금 2012년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교단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다른 예비교무들의 부모가 보인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쏠렸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문제가 교단 내에서 제대로 거론된 적이 없었던 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한 일로 인해 교단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없었고, 더더군다나 보수적인 교도들의 반발을 조절할 역량 역시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인터뷰의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성 소수자 관련 사건을 성찰해보면 다른 여느 교단과 마찬가지로 원불교 역시 교역자를 대상으로 한 성정체성 및 인권 교육이 시급하며, 교단 내 진보적인 네트워크 진영에서 이 문제를 핵심이슈로 다룰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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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448

2.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619

3.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801

4.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9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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