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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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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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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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월(성순) 교도(화정교당, 서울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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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원불교는 변화할 수 있을까?
처음에 원불교의 해외포교 과정에서 오는 변화의 동력이 국내 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논문의 주제는 조사 후에 아쉽게도 회의적인 답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부의 저항이 있다 하더라도 젠더 문제나, 성 소수자 차별 등의 문제에서 해외 교구가 현지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국내 교단에도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교무들과 일반 교도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지만 미국에서는 양자간에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 제기된다. 바로 이러한 요인 때문에 국내에서 끈질기게 고수하는 정복차림이 미국에서는 문제제기의 대상이 되는것이다. 여자교무들의 결혼문제에 대해서도 적어도 교도들의 의식 차원에서의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원불교 교당들은 지역적 상황에 따라 각기 자기 나름의 일요일 법회 '방식'을 고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다 더 포용적인 교화의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또한 해외 교당의 교무들은 역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면서 그동안 원불교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 초기의 교법에 비해 얼마나 차별적인 제도를 가지고 사는지 새삼 인식하게 됐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교당에서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임교무의 독단이 아닌 민주적 협의를 거친다든지, 해외 교당에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교역자들이 능동적인 개척정신과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제시되었다.


전체적으로 국내와 비교하여 해외에서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견해들이 많았다. 하지만 해외교화의 상대적인 자율성을 국내의 교화현장에 역으로 적용하려거나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답변도 나왔다. 교단은 어디까지나 교헌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해외 교구의 영향으로 국내의 교헌기준이 흔들리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는것이다.


왜 교헌개정위원회 활동이 중도에 중지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인터뷰 답변 중에는 아직 교단 내의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중지시킨 주체로는 종법사의 의지를 들고 있었다. 따라서 이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변화 시점에 대해서는 신임 종법사가 취임한 이후 혹은 원불교 3대가 시작되는 원기 108년(2023) 즈음이라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의견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해외포교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상대적인 자율성이나 합리적인 운영방식들이 국내 교단 구성원들의 인식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불교의 전체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의 각성이 필수적이며, 여자 정화단 등의 기득권 세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협의하는 노력을 거쳐, 교단 운영의 근간인 교헌과 제도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끝)

7.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9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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