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박항서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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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박항서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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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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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 (마포교당,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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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다른 나라축구팀 경기를 이렇게 가슴 졸이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결국 내가 응원하던 베트남이 이겼고 베트남은 10년만에 동남아시아 국가들간의 축구대항전인 스즈키컵(아세안축구선수권대회)에 우승하였고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 박항서는 베트남의 영웅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항서 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 옆에서 코치를 담당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이러한 박항서의 베트남에서의 성공에 대하여'박항서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성공비결에 대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히딩크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에 도입했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관리, 다양한 전술·전략 이른바 선진축구를 베트남 축구에 도입한 것이 먼저 거론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과거 일본, 독일, 브라질 출신의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적이 있다. 이들이 박항서 감독보다 선진축구에 대한 이해력이 낮을 리 없다. 그리고 이번 스즈키컵 4강전에서 베트남에게 패배한 필리핀 국가대표팀 감독은 영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스웨덴 출신의 명장 에릭손 감독이었다. 그 이름값은 히딩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선진축구의 접목만이 박항서의 성공비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박항서의 '형님 리더십'또는 '파파 리더십'이라고 불리는 리더십이다. 박항서 감독이 직접 선수들의 발마사지를 해주는 모습, 항공기에서 비즈니스석을 부상당한 선수에게 양보하고 자신이 이코노미석에 앉는 모습 등을 통해 감독이 진심으로 선수들을 아껴주고 보살펴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실천하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박항서를 진심으로 형님 또는 아버지로 여기게 하였다는 것이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고 감독은 선수로 뛰지도 않는다. 결국 선수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감독의 의중대로 선수들이 일치단결 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전술, 전략보다 더 중요하다. 박지성이 몸담았던 유럽최고의 축구팀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재 세계최고의 감독과 세계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서로간의 불협화음으로 시끄럽고 성적이 기대에 비하여 신통치 않다.


박항서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로펌(law firm)에 몸담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로서 나의 시선은 항상 고객인 의뢰인(client)을 향해 있다. 한명의 의뢰인을 더 잡기 위해, 한번 잡은 의뢰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축구로 치면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축구도 그렇지만 법률 서비스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같이 일을 추진하는 동료변호사, 내 지시를 직접 받는 고용변호사 및 직원들이 있다. 이들이 내 뜻과 달리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속을 끓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에게 하듯이 애틋하게 다가간 기억은 없다. 깊은 반성이 든다.


꼭 실적달성과 과업완수만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직원들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서로서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교단은 현재 교당과 많은 기관 및 시설이 있으며 그 안에서 많은 이들이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현재 자신들이 직장에서 혹은 교단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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