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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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 관리자
  • 승인 2019.02.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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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교당·건국대 겸임교수

2009년 2월 IBK 호찌민 지점에서 3년 반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는 금융위기 발생 직후라 은행 내외부가 무척 어수선했고 일주일에 두 번씩 은행장 주재로 비상경영회의를 했다. 나는 베트남에서 외자계 은행 중 전무후무하게 진출 2년 만에 지점을 설립했고, 지점 설립 당해에 50만 불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해 나름의 자부심이 충만했다.

그런데 귀국하고 보니 빠른시간에 지점 설립 인가를 받은 것은 10년 전 호찌민 사무소장을 역임했던 글로벌사업본부 담당 부행장이 자기가 그때 이미 인가를 받아 놓았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둔갑되고 말았다. 당시 인가신청서 제출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 심포지움 개최 후 베트남 부수상이 수고했다며 지점 인가를 해 주겠다고 격려차 말한 것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립 서비스 실상을 알고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사안이지만 사정을 모르고 그걸 믿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호찌민 근무 당시 인가를 받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꿈에도 수십 차례 나타날 정도로 온통 지점 설립인가 걱정 속에서 살곤 했었다.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최선의 방법을 찾는 노력의 결과, 보통 5년이 걸리는 인가 취득을 경쟁은행들보다 훨씬 빨리 2년 만에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큰 업적을 세우고도 필자는 은행장 표창하나 받지 못하고 해외점포장 회의석상에서 수고했다는 박수 정도만 받았다. 나의 노력과 큰 공을 국내에서 아무도 몰라주니 원통하고 억울하여 가슴속에서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 하나의 계기가 있다.

은행장 비서실장과 뉴욕지점장을 한 K 선배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고, 65세에 박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학구열도 대단했다. 그 분은 내게 “나이 50이 넘으면 남의 칭찬보다 자신에게 인정받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상(我想)을 가지고 있다. 자기가 잘한 일에 남이 알아주기를 기대하며, 아무도 몰라 줄 때는 몹시 속상해하고 기분 나빠한다. 일부 대형교회에서는 그랜드피아노가 필요하다고 하니 1억 원이 넘는 고가인데도 서로 자기가 피아노를 기부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익명으로 하라고 하면 과연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고,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상에 집착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번뇌로 인한 고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은혜를 베풀고도 은혜를 베풀었다는 상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은혜를 베풀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처님도 “내가 녹야원으로부터 발제하에 이를 때까지 일찍이 이 중간에 한 법도 설한 바 없노라”고 하며 흔적 없는 설법을 한 게 아닌가.

아상은 '나'라는 실체가 있다는 자아 인식에 대한 강렬한 집착으로부터 생기는 번뇌이다. 이른바 '나'라는 고집에서, '내가 누구인데' 하는 우월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상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존심과 아집이 강하고 명예를 중요시하며,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성격이 불같고 화를 잘 낸다. 아상은 죽은 후에도 버려지지 않고,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러서도 가장 떨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버리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고, '내 것'이라고 여기는 이 몸은 지수화풍 네 가지 물질이 인연 따라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다. 이를 깨달아 대종사께서 밝혀준 탐·진·치심을 버리는 공부를 하다 보면 아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내가 잘한 일에 상을 갖지 않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겠다.

한울안칼럼/ 전정오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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