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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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코미디
  • 이태은 교도
  • 승인 2019.02.27 02:02
  • 호수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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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아무래도 핵깡통(?) 이야기를 해야겠다. 길이 10센티미터, 지름 8센티미터 깡통에 까만 부직포를 잘라 방사능 표시를 한 모형 핵깡통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라는 코미디 같은 죄목으로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해 이맘때 3.11 후쿠시마 7주기를 기억하며 진행한 나비퍼레이드 기획캠페인의 하나였던 '모형 핵폐기물 깡통 보내기' 이벤트가 빅히트(?)를 친 것이다. 당시 뉴스에서는 후쿠시마핵발전소 7주기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벤트로 인해 '112신고'와 '소방관 호출' 등 행정인력이 낭비되었다고 지적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핵깡통이 이벤트 소품일 뿐이라는 사실이 이미 세상에 알려졌는데, 며칠 후 2차로 대전지역에서 보낸 핵깡통에 군견까지 동원하고, 제주로 향하는 배편을 수색하고, 우체국에서 112에 신고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택배를 발송하면서 우체국 직원에게 미리 '모형 핵깡통'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렸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조직적으로 판을 키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벤트의 핵심은 '핵폐기물'과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기억의 소환이었다. 핵발전소를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핵폐기물에는 장갑, 방사선 차폐복, 원자로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뿐 아니라 방사능을 99% 이상 뿜어대는 무시무시한 물질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있다. 대부분이 사용한 핵연료들이다. 몇 초만 노출돼도 바로 사망하는 맹독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반감기가 10만 년에서 100만 년에까지 이르는 핵종들도 있다.

40~60년 쓰기 위해 10만~100만 년까지 감당해야 할 핵폐기물이 이미 1만 6,000톤 쌓여 있고, 임시저장고는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 몇 년 안 남았다고 한다. 매년 750여 톤의 맹독성 고준위 핵폐기물이 쌓여 가는데 탈핵을 표방한 문재인정부에서조차 영구폐쇄를 결정한 고리 1호기 용량의 2.5배, 즉 운영 기간 60년짜리 핵발전소가 5기나 더 지어질 예정이다.

그래서 정부와 관계부처에 이를 감당할 대안이 있느냐 묻고자 이벤트를 열었던 것인데…. 원불교환경연대 2명을 포함 총 3명의 활동가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는 죄목을 달고 검찰에 기소되어 지난 21일 첫 재판을 받았다. 이것을 '핵코미디' 말고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핵발전은 본래 위험한 기술이다. 핵에너지는 노후화와 경년열화(經年劣化)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철은 오래되면 변형되고 늘어나서 부서진다. 조건에 따라서는 부러지는 현상도 있는데 이것을 취화(脆化)라고도 한다. 특히 원자로는 압력용기가 중성자에 오래 노출되어 유리처럼 쉽게 깨져버리는 취성 탓에 극히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메이지 정부의 공해와 환경파괴 문제에 저항한 일본 의인 다나카 쇼죠는 이미 1890년에 “전기가 열려 세상은 어둠이 되었다. 진정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더럽히지 않으며, 마을을 망가뜨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대 야마구치 유키오 박사는 '근대화라는 고질병에 대해서'라는 글에서 '인류는 하드패스(hard pass), 즉 화석에너지에 의지하는 능률주의로 갈 것인가? 소프트 패스(soft pass), 즉 자연에너지에 의지하면서 좀 더 천천히 갈 것인가라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고도 아직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코미디가 아니면 뭘까?

다시 3월이다. 한때 복된 섬이라고 불렸던 후쿠시마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소환한다.

이태은 교도 / 원불교환경연대

[03월01일자]

이태은 원불교환경여대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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