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북한이탈청소년 평화통일 염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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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북한이탈청소년 평화통일 염원식
  • 김화이 기자
  • 승인 2019.03.06 06:03
  • 호수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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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4주년 맞이한 한겨레중·고등학교 입학식 및 통일염원식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그리운 가족·지인에게 편지글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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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3월4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망배단에서 통일평화 염원식을 가졌다. 학교에서 입학식과 개학식을 마친 중학생 40명, 고등학생 80명, 교직원 20여 명은 파주 임진각으로 이동해 점심식사를 한 후 염원식을 진행했다.

ㅇ염원식은 기도식과 더불어 가족에게 올리는 편지글 낭독, '우리의 소원'노래 부르기, '끊어진 자유의 다리'에 평화통일을 소원하는 현수막을 달기, 학급별 단체사진 촬영 등으로 이뤄졌다.

이날 뜻깊은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온 이스트웨스트센터 이사 남지(Namji Steinemann)와 시애틀 글로벌피스재단 부회장 토니 디바인(Tony Devine)을 비롯해 정명선 교장, 신호래 교감, 하나재단 신효숙 교육부장이 함께 향을 피우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어 3학년 반 대표 학생들이 차례로 나와 향을 피우고 북에 있는 가족과 친척, 친구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원광조 교무는 설명기도를 통해 남북이 하루빨리 상생의 기운으로 호전돼 웃음꽃 가득한 희망과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통일조국이 되길 발원했다.

편지글은 이효은, 이위성 학생이 대표로 낭독했다. 엄마가 중국으로 떠난 후 남겨진 3남매를 고심 끝에 돌봐준 친척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이효은 학생은 “큰아버지 덕분에 사랑하는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장차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해 부모님과 떨어져서 하룻밤도 못 지내는데, 단련이 필요하다는 어머니의 판단에 따라 한겨레중·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기숙학교라 공부에도 더 집중할 수 있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아 마음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 직업교육 시간을 통해 바리스타, 요리, 원예,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모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통일에 대해서도 “북한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태어난 곳이고 7~8년 살았던 고향이기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안타깝다. 통일교육이 더 강화되고 빨리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며 당찬 소신을 밝혔다.

이위성 학생은 “15년 만에 본 사진에서 엄마의 얼굴을 못 알아볼 만큼 어느새 나는 훌쩍 커 버렸다…이렇게 좋은 한국에 와서 빛도 못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너무 죄송하다. 두 분이 먼저 가신 만큼 제가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담담히 편지를 낭독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평소 학생들을 '먼저 온 미래'라고 부른다는 정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해줘 고마움을 느낀다. 학생들 개개인의 꿈이 자신도 행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유익함을 주는 일이길 바라고, 나아가 통일을 생각하는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통일이 되면 각자 어떤 역할을 맡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감사생활을 바탕으로 좋은 습관을 들여 꿈을 실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남한 사회 적응력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한 한겨레중·고등학교는 2006년 3월1일 첫 개교기념 행사를 임진각 평화공원에서 진행한 이래 올해로 14번째 염원식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김화이 기자

[3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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