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곱셈' 나쁜 일은 '나눗셈' 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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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은 '곱셈' 나쁜 일은 '나눗셈' 하며 살자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4.18 23:17
  • 호수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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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개교절 특별인터뷰 / 오도철 교정원장
오도철 교정원장은 대각개교절을 맞아 교도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실천행을 권했다. 

1916년 시작된 원불교가 올해 104번째 대각개교절을 맞이했다. 일원의 진리를 깨닫고 실천해 인류사회에 낙원을 건설하고자 종교의 문을 연 원불교. 우리의 공동생일을 축하하며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의 빛을 현 사회에 어떻게 밝힐 것인지, 4월11일 오도철 교정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오 교정원장은 대각개교절 봉축위원장이며,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추진위원장이다.

대각개교절 축하메시지를 전한다면.
“해마다 대각개교절이 다가오면 ‘대종사께서 깨친 일원의 진리를 이 시대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고 고민하고 기도한다. 전 교도가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낙원세계가 되기를 염원할 것이다. 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이번 대각개교절에도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실천행을 한 가지씩 권하고 싶다.”

오 교정원장은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에 원불교봉공회가 발 빠르게 대응해 이재민들에게 밥차 봉사로 위로를 준 것도 평소 대종사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습관이 몸에 익어서라고 말한다. 지난 100년의 역사는 선진들이 이소성대로 이룬 간난의 세월이었다면, 교단 2세기는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출발했으니 보다 열정을 가지고 세계로 뻗어 나가길 염원했다.

원불교는 깨달음의 종교, 실천의 종교라는데 아직도 문턱이 높다.
“종교의 문턱을 낮추는 일은 원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의 오랜 화두다. 깨달음의 종교, 실천의 종교의 의미를 천착해 들어가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연기설을 주장했다면 대종사께서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 즉 사은(四恩)을 밝혔다. 그 은혜를 발견하는 것이 깨달음이고, 그 은혜 입은 내역을 알아 보은행을 하는 것이 실천 종교의 모습이다. 공도의 삶은 단순히 무상보시에 머물지 않고 나라고 하는 상(相)마저 놓아 버려야 가능하다. 그래서 실천의 삶이란 쉬운 것 같지만 어렵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으니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자.”

올해 대각개교절의 소주제는 ‘상생·평화·통일’이다.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먼저 ‘상생’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다.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서로 간 신뢰가 바탕해야 상생이 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불평등과 불합리한 관계에서 일어난다.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깨닫는 대종사님의 혜안이 현 사회에 더욱 요청되고 있다. ‘평화’는 대종사께서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한 실천요목으로 인권·교육·지식·생활 평등(四要)을 밝혔는데, 이 4가지 평등이 이뤄져야 평화로운 사회가 된다. 마지막 ‘통일’은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동남아시아의 평화로, 세계의 평화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지금과 같은 미국과 중국 두 대륙 간의 경쟁에서 벗어나려면 다자간 서로 넘나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가교 역할을 할 한반도가 통일을 해야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다.”

원불교 백년성업이 스승에 대한 ‘보은’이라면 소태산기념관 신축은 교단 2세기 세상과의 ‘약속’이란 생각이 든다.
“백년성업으로 이룬 소태산기념관이 자그마한 빌딩 신축에 그친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이다. 경산상사(당시 종법사)께서 원기98년 ‘원불교 100년의 약속’을 발표하며 소태산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어른의 뜻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봤다. 그 뜻이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정신개벽 서울선언문’에 담겨 있었다. 선언문에는 ‘대종사의 깨달음과 가르침을 온 인류와 함께하기 위해 세계교화에 매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태산기념관은 세계교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갈 디딤돌이 돼야 한다.”

오 교정원장은 소태산기념관에 들어설 종교동과 업무동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교구청과 한강교당이 자리하게 될 종교동에서는 국내교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하고, 업무동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일체는 국외 세계교화 활동에 쓰게 될 거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소태산기념관이 준공되면 9층 통합사무실에 세계교화결복재단과 세계봉공재단이 입주해 체계적인 세계교화 지원시스템을 마련해 갈 전망이다. 이외에도 9층에는 문화사회부·청소년국·국제부 등이 입주해 대외활동을 펼치고, 교정원장실과 함께 중앙교의회의장실을 마련해 재가교도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불평등과 불합리한 관계에서 일어난다.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깨닫는 대종사님의 혜안이 현 사회에 더욱 요청되고 있다.

5월, 종교동에 입주할 서울교구청과 한강교당에 부탁하고픈 바가 있다면.
“(한덕천)서울교구장님이 열정을 가지고 교구교화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모습을 근래에 보았다. 교구장의 그런 열성과 재가출가 교도들의 합력을 잘 융합해 시민과 함께 숨쉬는, 낮은 곳으로 임하는 실천행들이 많이 보여졌으면 한다. 교정원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일들은 돕겠다.”

종교의 공익성을 담보할 지역사회와 연대는 서울시의 합력이 필요하다.
“서울은 콘크리트 도시이다 보니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이 적다. 소태산기념관이 위치한 자리는 한강변과 인접해 있어서 일대에 공원화사업이 이뤄진다면 토지를 일부를 내어 서울시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에 동참할 뜻도 있다. 한강변을 따라 숲길을 만들면 시민들의 삶에도 쉼이 되는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교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방법은.
“과거에 비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 제법 많아졌다. 내 것을 놓았을 때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 교단 창립 당시 소태산 대종사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다 내려놓고 민중과 함께했다. 저축조합운동으로 금주, 금연, 허례허식을 개선해 민중의 삶을 바꿨다. 그 파장은 이웃마을까지 전파돼 지역 일대가 협동조합운동으로 정신개벽을 이루고 대종사께 귀의했다. 우리는 대종사의 협동조합정신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동조합에 대한 깊은 철학이 있고 서울시 정책에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문화적 흐름을 읽고 우리도 길을 찾아가야 한다. 방언공사도 마찬가지다. 법인성사는 회상을 열기 위한 음계의 인증이었다면, 방언공사는 양계의 인증이다. 양계의 인증은 민중의 몫이기 때문에 매번 다시 기획되고 실천돼야 한다. 그곳에 교단의 생명력도 살아난다.”

방언공사 중에는 미래세대 교화와 교구 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교구 편제를 조정해야겠다는 생각 속에는 교화의 자활력이라는 과제가 숨겨있다. 교세가 열악하다 보니 뭘 해보고 싶어도 제대로 꿈도 못 꾸는 교구들이 있다. 인적 물적 자원들은 경제규모화가 이뤄져야 자활력이 생긴다. 작은 교구들을 한 데 묶어서 큰 카테고리 안에서 지원하려고 한다. 여러 가지 해결과제가 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이어 오 교정원장은 미래세대 교화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엷어진 청소년·청년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삶을 질을 높이고자 할 때 원불교는 어떤 콘텐츠로 다가갈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이다. 결국은 교법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교정원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정책은.
“과거에 중단됐던 교헌개정을 다시 재개할 수는 없지만,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시도할 계획이다. 신분차별 현상으로 비치는 전무출신 품과 폐지를 비롯해 전무출신 정년과 정남정녀 제도를 현실화하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평등’이라는 교법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래야 화합교단으로 가는 길이 수월해질 것 같다. 우리 교단은 화합교단의 모습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크고 작은 일에 함께 눈물 흘리고 웃고 살아왔다. 그 순일한 마음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게 작은 물꼬를 터 가겠다.”

앞으로 서울 행보가 더 잦아질 것 같다.“갑자기 교정원장 지명을 받아서 전산종법사님의 가르침대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까지는 대외 활동, 교단적 행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정리된 생각이 있다. 가급적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나눠야겠구나. 교화는 현장교무와 교도들에게 맡기고 나는 소외된 곳을 찾아가 그들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싶다. 앞으로 순방계획도 대접받는 곳은 가급적 피하고 이야기만 들어줘도 힘이 되는 곳을 찾아가겠다.”

끝으로 교도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내가 가진 걸 내려놓고 스스럼없이 남에게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심고 싹틔워 가면 좋겠다. 같은 일을 해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여유가 있고 편안하다. 삶을 살아갈 때 셈을 잘해야 한다. 좋은 일은 곱셈으로, 나쁜 일은 나눗셈으로 셈하며 살자.”

취재=강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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