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브랜드이미지로 세상과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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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브랜드이미지로 세상과 소통해야'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4.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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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디자인에스프리 김한석 대표

서울 도심 빌딩숲은 저마다의 고유한 ‘브랜드’를 내걸고, 부가가치를 생산해 낸다. 백화점 같은 난만한 세상에 가장 빠른 소통법, 브랜드이미지(BI)가 갖는 강점이다. ‘olleh KT’ ‘롯데렌터카’ ‘LH 한국토지주택공사’ ‘Hansol’ ‘SHOW’ ‘Green Car’ 등 국내 내로라하는 브랜드이미지를 30년 넘게 작업해온 이가 있다. 디자인에스프리 김한석 대표(법명 은식, 강남교당)다.

그가 건넨 포트폴리오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그가 키우는 애완견과 인연이 돼 만난 동물자유연대 BI는 재능기부를 통해 만든 작품이다. 교단에서는 원음방송, 강남교당, 시그넘하우스 BI를 작업했고, 최근에는 서울교구 BI를 제작했다.

 

디자인으로 세상과 소통

“브랜드이미지 하나에는 많은 고민과 스터디 작업이 필요하다. 혹자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수개월 동안 고민한 최종결과물이다. 그 브랜드이미지가 나오기까지 앞선 고민들, 그것을 기본으로 수없이 펼쳐질 작업들을 알면 쉽게 얘기 못한다.”

그는 좋은 브랜드디자인일수록 ‘다른’ 매체와 조화를 통해 그 가치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때문에 독립된 모습보다 적용했을 때의 이미지를 많이 고려한다고. 회사명을 디자인에스프리(Design Esprit)라 지은 것도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디자인으로 연결돼 서로 소통되면 좋겠다는 뜻에서다.

대학생활 1년 만에 공대를 박차고 군 제대 후, 디자인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나선 것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특별한 관찰력 때문이었을 터. 하지만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힘든 것은 클라이언트를 이해시키는 것. 아무리 좋은 브랜드이미지라도 사용자가 그 속에 담긴 뜻을 공감하고 정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브랜드 홍보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라고. 직업상 스트레스는 신앙을 통해 극복 중이라는 그. 어머니이자 안양교당 창립주인 화타원 이인성원 교도의 연원으로 어릴 적 입교했지만, 긴 공백기를 거쳐 뒤늦게 신실한 교도생활을 하는 데는 일과 공부가 둘 아닌 이치를 아는 까닭이다.

 

서울교구 BI 제작, 확산 관건

지난 2월, 그는 서울교구 BI를 들고 교구 회장단·주임교무 합동훈련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그가 가장 강조한 요건은 ‘일관성’이었다. “좋은 브랜드이미지는 그것(업체 혹은 콘텐츠)이 가진 정체성과 대중이 바라보는 이미지와의 접점이 넓어질수록 성공적이다. 그런 면에서 원불교는 일원상이라는 확실한 심볼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시각화해 활용성 있게, 좀 더 일관성 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이 법락이었고, 원기96년 그가 개발한 강남교당 BI를 좀 더 보완해 서울교구 BI로 제작했다.

그가 법락을 선택한 이유는 ‘일원상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뒷받침해 주는 그릇’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법락은 원불교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모습이다. 색깔도 그렇고 디자인적으로도 여러 환경에 적용했을 때 일원상의 고유한 모습을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원상을 담고 있는 법락의 틀을 직사각형으로 길게 늘인 것도 미묘한 차이이지만 그가 가장 고민한 디테일이다.

‘코카콜라’와 ‘보드카’브랜드처럼 오랜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매니지먼트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서울교구 BI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이 중요하지, 사람들의 눈에 잘 띄게 하려고 과하게 확대하거나 일원상에 무채색 외 다른 색깔을 넣는 것은 피했으면 한다”고 짚었다.

“원불교는 짧은 역사 속에 강한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원불교를 인지하게 될 텐데 그 시작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일 것으로 본다.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문화의 한계점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 밖으로 뻗어나가 그 나라의 문화와 융합이 됐을 때 전혀 색다른 시각이 열리고 문화예술로 탄생된다. 그러니 다른 곳에 정신 팔지 말고 일관된 모습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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