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의 장막에 가린 그들만의 소통
상태바
인(人)의 장막에 가린 그들만의 소통
  • 이여진 교도
  • 승인 2019.04.03 11:28
  • 호수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울안 칼럼

“통! 통! 통!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사를 외친다. “소! 화! 제!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 이렇듯 어느 조직에서나 소통을 강조한다. 조직 구성원 또한 소통 능력을 지녔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씨는 구성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까? 5, 4, 3, 2, 1에서 고르시오” 소통 능력에 대한 세평을 체크해 인사 자료로 삼는 조직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소통이 안 된다고 호통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째, 리더를 중심으로 하는 측근인 ‘그들끼리’만 소통하고 그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의견 발표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이다. 주로 독재 국가나 권위적 조직에서 볼 수 있다. 그 나물에 그 밥들이 모여 ‘으싸 으싸’하면서 자기들끼리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은 새로운 혁신을 구상하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어렵다. 조직 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없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둘째, 두루두루 의견을 듣는다고는 하지만 정작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우이다. 멋모르고 의견을 냈던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자신의 의견이 거부되는 행태에 위축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공연히 ‘뻘짓’을 했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든다. 겉으로는 소통을 내세우지만 기실 소통을 위한 진정성은 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단지 비민주적이고 폐쇄적 불통 조직이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마치 소통의 창구가 있는 것처럼 형식적으로 시늉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소통 문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는 무엇일까? 바로 리더의 소통에 대한 철학이다. 이 지점에서 모든 조직의 리더나 리딩그룹은 한 번쯤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리라. 특히 리더나 리딩그룹의 주장에 대해 구성원들이 침묵하거나 반대할 때 그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사람들을 암묵적인 동조자로 판단하는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스스로 조성하고 있는가,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불이익을 줘 향후 발언할지도 모를 또 다른 입들을 틀어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떤 경우이든 가장 나쁜 경우는 인(人)의 장막에 가려 그들만의 소통이 전부인 양 여기는 경우다. 리더의 눈과 귀를 막는 참모, 그들과 다른 견해는 들으려 하지 않고 보려 하지 않는 폐쇄적 조직문화, 비판의 목소리를 조직에 반하는 괘씸한 행동으로 여겨 이단시하는 분위기, 무반응과 침묵을 그들에 대한 동조라고 유리할 대로 지레짐작하는 아전인수격 행동방식. 어느 조직이든 그들만의 소통을 일삼는 이러한 불통 조직은 결국 골로 가게 되며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소통은 조직의 유지와 발전에 꼭 필요한 매력적인 수단임을 명심하자. 소통은 리더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활발한 소통은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생각을 공유하고 친목과 화합을 도모함으로써 훌륭한 리더가 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소통을 통해 딱히 어떤 결과 자체를 산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해가 저물도록 소통만 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소통하는 과정에서 다툼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소통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더 심각한 조직 내 대립이나 반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왜 서로 의견이 다른지에 대한 입장과 근거를 알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소통이란 내 안에 나와 생각이 다른 ‘그’의 공간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의견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가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는 것이다. 설사 서로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도 내가 그의 입장을 완전히 수용할 수 없을지라도 내게 그런 마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그가 알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최적의 안을 얻기 위해 공의를 모으는 토론 과정을 중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이다.

/ 강남교당, 서울교구 교사회장

04월05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