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돼도 괜찮다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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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돼도 괜찮다는 용기
  • 이여진 교도
  • 승인 2019.05.01 12:16
  • 호수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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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커밍아웃(Coming out)을 선언해 우리를 놀라게 했던 연예인이 있었다. 판타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오타쿠도 있다. 세상사 모든 분별과 집착을 내려놓고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즐기는 도가의 진인(眞人)이나 첩첩산중에서 자연을 벗삼아 홀로 무예를 익히며 생식을 하는 자연인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혹 그들을 ‘튀는’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왜 우리와 다르냐는 듯 그들에게 야릇한 시선을 보내거나 때로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는지 말이다. 딱히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인 우리에 의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그들’이 돼 버린다. 대부분의 소심한 사람들은 ‘그들’이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집단주의와 획일주의를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면서, 그것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집단에 속하지 않고 무언가 남과 다르면 스스로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수를 의식하면서 유행을 추종하고 그 비슷비슷함에 묻어가면서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고자 애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 존재일까? 과거에 우리는 인간이 자유롭지 않은 이유가 부정의한 국가 권력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류 역사는 지배자의 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와 투쟁으로 이어져 왔으며 그 결과 민주주의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국민 다수의 뜻에 따라 통치되는 민주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자유론>을 통해 존 스튜어트 밀은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최초의 인물이다. 대영 제국의 황금기였던 빅토리아 여왕시대, 다수결이 최고의 의사 결정 방법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그 시절에, 그는 오히려 다수결이 지닌 한계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문명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독재 권력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다수의 횡포, 즉 사회적 여론에 의한 획일화의 강요이다.

물론 다수의 의견은 사람들의 생각이 집약된 것인 만큼 옳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중세 시대, 마녀사냥에 의해 희생된 여인네들을 생각해보자. 천동설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지구는 돈다’라고 주장하다가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지난 시대의 많은 갈릴레이들을 떠올려보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소수의 독특한 생각이나 삶의 방식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인종과 풍습,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선견지명이 있었던 밀은 설사 잘못된 의견을 가진 단 한 사람의 목소리일지라도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것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시대에서 잘못이라고 여겼던 소수의 생각이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시대가 바뀌면 다수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그런 다른 목소리, 독특한 개성이 때로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창조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이것이 그가 <자유론>에서 밝힌 ‘자유’의 진정한 의미이자 가치이다.

밀의 이런 주장을 보면서, 사회에서 다수라고 인정받는 힘 있는 사람들이 깊은 사색이나 성찰 없이 소수를 공격하고 몰아붙이기를 일삼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과연 다수가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다른 소수의 생각을 진정으로 포용하려고 노력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우리 시대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개인의 독창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다수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소수가 되어도 괜찮다는 용기를 한번 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소망하는 대로 진정 자유롭게 그리고 소신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가져보는 것 말이다.

[5월3일자]

강남교당, 서울교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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