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의 향기]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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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5.16 02:04
  • 호수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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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교당 박영호_우충인 부부
40년간 부부 금슬을 자랑하는 우충인 박영호 부부. 부인이 수놓은 10폭 십장생도 앞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다.

[한울안신문=강법진] 결혼 40주년을 맞이한 중곡교당 박영호·우충인 교도는 자타공인 금슬 좋기로 소문난 부부다. 그 원천은 38년간 부부가 함께 써온 부부공동일기에 있다. 1년에 한 권씩 벌써 38권의 부부일기장을 모아온 이들은 “개인은 보통의 한 사람이지만 둘이 합치면 큰일을 할 수 있는 게 부부다”며 부부의 연으로 만나 행복했던, 앞으로도 꾸준히 행복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펼쳤다.

부부공동일기, 54번의 주례

40년 동안 부부로 살면서 서로에게 화를 내본 적이 없다는 이 부부. 천성이 화내는 것을 싫어하고, 혹여 화가 나더라도 3초면 가라앉아 버린다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부부를 만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매일매일 그들이 써 내려간 일기장을 보면 남편도 부인도 보통은 아닌 게 틀림없다. 오늘은 남편이, 내일은 아내가, 서로의 일상을 읽어주고 또 나의 일상을 소상히 기록해 냄으로써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심신작용들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과정을 무려 38년 동안 일기기재로 성사시켰다.

“처음에는 가계부에 끄적끄적 쓰다가 아이를 낳고부터는 육아일기처럼 꼬박꼬박 썼다. 얼마 전, 아들이 5년치 일기장을 대출해 갔다. 다섯 살짜리 제 아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쯤 되면 이미 가보가 돼 버린 일기장, 불의에 굴하지 않는 '검사' 아들이라도 육아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창 직장 다닐 때는 회사나 사회, 국가, 세계 이슈들도 주제 삼아 일기를 썼다는 박 교도. 그러다 보니 1953년생 한국인 남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하고, 경험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이 부부의 일기장에는 낱낱이 기록돼 있다. 최근에는 박 교도가 아내를 위해 한 달에 1년치 일기장을 읽어주고 있다.

40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이들의 금슬은 박 교도가 주례를 섰던 54쌍의 부부가 말해주고 있다. 이 중 20쌍 정도는 이 부부의 이름을 딴 ‘호우사랑회’ 회원으로 가입해 2년마다 정기모임을 갖는다. 대부분 박 교도가 부행장까지 역임한 우리은행 직원들이지만, 퇴임 후 60대 후반에도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비법을 A/S 해주는 그만의 불공법 때문에 후배들도 오랫동안 그의 곁에 남아 있다.

마음공부는 ‘실행’에 있다

행복 전도사, 행복 마술사, 따카박(따뜻한 카리스마 박영호),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호빵맨(둥근 얼굴) 등 별명도 다양한 박 교도는 어딜 가나 ‘원불교인’답게 살고자 노력했다. 인생의 스승, 직장의 선배로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많은 사람에게 멘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진정한 마음공부는 앎이 아니라 실행에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와 함께 일할 때, 인정받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면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화내는 법이 없는 그는 사람을 대할 때에도 장점만 보고 칭찬을 많이 한다. 그러면 자신감이 생기고 긍정적으로 변해 자신의 숨겨진 잠재력까지 끌어낸다고. 실제로 그의 밑에서 일한 직원들은 대부분 승진을 했다. ‘행복 마술사’ ‘따카박’이란 별명처럼 그와 3분만 얘기하면 긴장했던 마음도, 얽힌 인간관계도, 복잡한 문제도 말끔히 해소된다.

또 하나, 그가 잘하는 불공법이 있다. 바로 수희공덕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다 이뤘다. 탐진치에 자유로워지니 다른 사람의 좋을 일을 보면 기뻐하고 많이 칭찬해 준다.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할수록 나에게도 행복할 기회가 많아지고, 내가 짓지 못하는 복을 그 사람을 통해 지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외에도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거든 하루에 해결해야 할 열 가지 일 중에 어렵고 복잡한 일을 먼저하고 쉽고 잘하는 일을 나중에 하면 하루가 행복으로 마무리된다며 그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우충인 박영호 부부의 집에는 400여 종의 화분이 각각 이름을 가진 채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다시 부부의 삶으로 이야기를 옮겨 본다. 아내는 23년간의 교편을 접고 일찍 명예퇴직을 했고,그는 몇년 전 우리은행 본점 부행장을 끝으로 퇴직을 했다. 퇴직 후 방이동 올림픽공원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부부는 매일 산책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면 박 교도가 “반갑습니다” 하고 아내를 깨우고, 저녁에는 “오늘도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라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소 직원들에게도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라고 삼창을 시킬 정도로 따뜻한 표현력을 가진 박 교도는 3남3녀 중 누나 박현만 중곡교당 교도회장, 박영훈 원무 등을 형제로 두고 있다.

부부의 사랑은 비단 사람에 그치지 않았다. 온 집안 가득 400가지가 넘는 각종 다육이와 식물들에게도, 우 교도가 10년간 정성스럽게 수놓은 자수 작품에도 사랑이 넘실댔다.

[5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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