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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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을 잡다!
  • 김해은 교도
  • 승인 2019.06.13 10:39
  • 호수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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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씨네 후원의 밤 릴레이 글쓰기 ‘손’┃

참으로 오랜 세월 잡고 싶은 손이 있었다. 늘 잡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에 선뜻 잡지 못한 손. 나의 아버지는 평생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살아왔다. 그들과 함께 손잡고 살아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걷고, 함께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늘 어렵고 아픈 자리 손잡아 주던 아버지는 어이없게도 독재정권의 희생양이 돼 감옥에 갇혔다.

손잡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도, 누가 나의 손을 잡는 것도 두려워 벽을 치고 손을 감추고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다.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내 가족만 생각했다. 내 손은 못생겼고, 내 마음은 손보다 더 못생겼다. 그렇게 꽁꽁 둘러쳤던 벽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허물어졌다. 아버지의 손과 똑 닮은 손을 갖고 태어난 나는 “너를 믿는다”던 아버지의 그 한마디로 다 허물어져 버렸다.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사랑했던 아버지! 어렵고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 희망을 향해 함께 가고자 했던 나의 아버지. 끝까지 못난 딸을 믿어준 아버지. 아버지의 삶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늦었지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싶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손잡아 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하다.

뒤늦게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고자 했던 나는 부당해고를 당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사측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손, 국가폭력에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자들의 손을 잡기로 했다. 그들의 손이 바로 나의 아버지, 나의 가족의 손이기도 하기에 때론 두렵고 힘들지만 용기 내어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용기 내어 잡은 손! 끝까지 함께 갈 것이다.

-이해은 교도·영등포교당

= 6월27일 열리는 ‘움직이는 원불교 원씨네 낙원파티’(후원의 밤)는 대종사의 교법정신으로 우리 사회의 아픔이 있는 곳, 연대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활동해온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의 공동사무실 마련과 연대 운영비 마련을 위한 후원행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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