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종교화 시대의 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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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종교화 시대의 교화
  • 전정오 교도
  • 승인 2019.06.19 11:25
  • 호수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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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탈종교화 현상은 21세기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재래 종교에서의 이탈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과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2015년에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비율 조사 이래 처음으로 ‘종교없음’ 인구(56.1%)가 종교인구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5년 조사에 비해 우리 원불교 교도는 물론 불교 신도와 카톨릭 신자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이유는 종교라는 것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불교도 착한 일을 하면 극락에 가고, 잘못하면 지옥에 간다”고 하는 인과응보적인 종교로서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내면적인 깨달음을 통해 윤리적 삶을 사는 데 기반을 둔 종교여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성해영 교수는 탈종교화 현상과 원인을 몇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현대인은 교육수준이 높아져 개인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으며, 스스로 삶의 주인이 돼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구현하려 한다. 둘째, 경제발전으로 삶이 윤택해지니 절박함이 없어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셋째, 정보 교류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포함해 많은 것이 공유된다. 유튜브 속에는 온갖 종류의 좋은 강연 자료가 넘쳐난다. 또한 종교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부정적인 사실들을 낱낱이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종교적 가르침과 성직자들의 권위가 더 이상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지 않는다.

우리 원불교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파란고해의 삶에서 벗어나 낙원으로 가려는 종교’이다. 즉, 원불교는 내적이고 진정한 삶을 중요시하는 탈종교화 시대에 부합한 새로운 종교라 할 수 있다.

또한 아직은 내부적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성직자들에 대한 외부 평판도 좋아서 기성종교보다는 참신한 종교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물건도 고객이 잘 모르면 팔리지 않는다. 우리 원불교도 교화를 잘하려면 좋은 법을 우리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홍보를 잘해야 한다.

필자는 성공적인 교화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는 교무님이 설교할 때, 무엇보다 한문과 전문적인 용어 사용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입교도에게는 설교 도중 ‘자성반조’, ‘회광반조’, ‘공적영지’, ‘적적성성’ 등의 용어는 너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수고롭더라도 교무님이 내용을 쉽게 풀어주면 좋을 것 같다.

처음 원불교를 접하는 분 중 영문 교전이 국문교전보다도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영문 교전은 전문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불교에 관심 있는 필자의 친구를 유명한 법사님의 법회에 초대했는데, 마침 주제가 ‘일원상 진리’라 원불교는 너무 어려워 못 다니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지금도 그 친구에게 가끔씩 법문을 보내면 고맙게 읽고는 있지만 선뜻 교당을 나가지는 않는다.

교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교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교구나 지구 단위의 체계적인 신입교도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이때 강사진의 교육 내용과 강의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각 교당별로 신입교도 교육 자료를 만들고 있다.

총부에서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전국 교당에 배포하면 좋겠다. 또한 교도 정기훈련 중에 원불교를 설명하는 훈련 과정을 넣었으면 한다. 수십 년을 교당에 다닌 교도 중에도 설득력 있게 원불교에 대해 설명할 분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이는 몰라서라기보다도 그러한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도 스스로도 자신 있게 원불교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입교를 권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교화도 순조롭게 잘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정오 교도(분당교당/건국대 겸임교수)
전정오 교도(분당교당/건국대 겸임교수)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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