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항마위에 승급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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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항마위에 승급해야 하는가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6.19 11:40
  • 호수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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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설교 / 한덕천 서울교구장
한덕천 서울교구장이 여의도지구 법호인 훈련에서 설법을 하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매력에 끌려 원불교에 다니는가. 생각해보면 대종사와 숙겁의 인연이 아니고서야 초창기 어려운 교단에 모여들 수 없다. 소중한 인연인 만큼 우리는 여래위를 표준 삼아 살아야 한다. 나는 출가 후, 여래위는 못 돼 도 법강항마위에는 오르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그 첫 번째 이유가 일찍 열반한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이라 여겼다. 원불교에서는 공부인이 법강항마위가 되면 부모를 ‘희사위’에 올려 대재 때마다 전국에서 축원을 해준다. 둘째, 영겁의 불연을 떠나지 않으려면 항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인일수록 인연 복을 잘 지어야 성공할 수 있다. 정산종사는 “소중한 인연에는 혈연과 법연이 있나니, 영생을 놓고 볼 때에는 혈연보다 법연이 더 소중하다”며 “공부하는 동지라야 영겁의 동지가 된다”고 했다. 법연이 오래 이어지려면 항마위에는 올라야 한다.

불교에서는 공수래 공수거를 말하지만, 석가모니불은 중생제도의 업적을 이루고 갔다. 대종사도 중생을 위해 온 삶을 쏟고 갔다. 사람은 그 타고난 업을 어떻게 발현해 가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그 방법이 적공이다. 적공보다 귀한 것이 없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이 법 만나 법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대종사께 죄송하지 않겠는가. 이생에 이 법 만났을 때 항마위는 욕심내야 한다.

또 한편 내가 항마위에 오르고자 한 뜻은 ‘도락(道樂)’을 느끼고 싶어서다. 대종사께서 ‘공부길을 알고 보면 도 이루는 공부가 밥 먹기보다 쉽고 코 풀기보다 쉽다’고 했고, <논어>에 보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항마위가 되면 공부길이 보이고 즐기면서 하게 된다. 아침 좌선도 힘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정산종사는 ‘득도보다는 낙도가 좋다’고 했다. 교당 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항마위에 서원을 세워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항마위에 승급할 수 있겠는가. 대종사는 “도가의 명맥은 시설이나 재물에 있지 아니하고, 법의 혜명을 받아 전하는 데에 있다”고 했다. 법위등급은 원불교를 신앙하고 교법을 실천하는 가운데 ‘스스로 어디쯤 와 있는가’를 반조하게 하는 지침이다.

(‘삼대력 자가측정표’ 작성 후) 제일 큰 과보는 나로 인해 사람들이 신심, 공심, 공부심이 살아나야 하는데, 오히려 나 때문에 가라앉는다면 그 과보는 어떻게 갚을 것인가. 그러니 내 삶에 원천수를 하나쯤 파고 살고, 생사에 해탈하자. 그리하여 외상 법사 되지 말고 실력 갖춘 당당한 법사가 되자. 항마위는 못 오를 자리가 아니라, 누구나 꼭 가야 할 자리임을 알게 하자.

(여의도지구 법호인 훈련 중 설법)

정리=강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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