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고객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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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고객은 누구인가
  • 손승조 교도
  • 승인 2019.07.10 00:48
  • 호수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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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어느 모임에서였다. “쉐보레가 왜 이리 안 팔릴까요?” 앉자마자 첫마디가 쉐보레였다. 그녀는 당시 그 회사의 광고를 담당하던 C기획에 다니고 있었다. “대우차잖아!” 누군가 대답했다. 당시 대우차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 이름은 쉐보레로 바뀌었지만 대우차의 이미지는 아직 강하게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 “대우차는 에어컨 빵빵하고 고속주행에는 좋지만, 엔진소리 시끄럽고 기름 많이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지. 그런 고정관념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젊은층을 공략해봐. 대신에 걔네들은 아직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까 무이자 할부 빵빵하게 줘야 할 걸?” 그래서 그랬는지 확신은 못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에서 쉐보레가 눈에 많이 띄었고, 특히 젊은 드라이버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홍성태 교수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에서 소개된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스토리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을 거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신음하던 어려운 시기였지만 유독 아모레 퍼시픽은 당시 견고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었다. 특히 설화수와 헤라를 중심으로 한 방문판매 부문에서만 2000년대 초반에 2000억~2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째 방문판매 매출이 정체현상을 빚어 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03년 일련의 큰 시도를 통해 마침내 3년 만인 2006년에 방문판매에서만 총매출이 3배가량 성장한 7000억 원을 넘어섰고, 2011년에는 설화수만 7500억 원, 헤라가 4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과연 어떻게 그런 눈부신 매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그 중심에는 바로 ‘고객’이 있었다. 고객을 중심에 둔다는 것은, 고객의 다양한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의 특성을 조사하고 그것을 관통하는 핵심차원(core dimensions)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들은 매출에 목숨을 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활을 걸고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온갖 방법을 강구한다. 그 전략의 가장 기본은 ‘우리의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아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AIO, 즉 고객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쓰는지(Activities),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Interest), 세상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Opinion)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조차도 ‘최상의 기술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언제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젊은이들의 삶을 그들의 방식에 따라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성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고, 그 후 출시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마침내 ‘애플신화’를 완성했다.

지금 우리 교단의 뜨거운 화두는 교화(교도수 늘리기)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신도수의 감소는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한다. 어떤 분은 모든 종교계에서 다 겪고 있는 문제이므로 원불교의 경우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실망스런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아모레 퍼시픽의 직원들이 매출의 정체를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의 탓으로 돌리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면 그 놀라운 실적반등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러면 우리 교단의 교화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종교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본질에 들어가면 ‘사람’이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결국 ‘사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람’을 위해 세상에 법을 전한다. 때문에 종교계도 ‘기업의 경영활동’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 고객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쓰고, 어떤 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고객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급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일련의 노력 없이 교화대불공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려 했던 게 아닌가 되묻고 싶다. (다음호에 계속)

특별기고 Ⅰ/ 가락교당 손승조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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