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를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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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를 어떻게 합니까
  • 라도현 교도
  • 승인 2019.07.17 21:51
  • 호수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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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空卽是色 1
라도현 교도

중생은 도를 닦을 줄 모르니 / 곧장 번뇌를 끊어 없애고자 하네 / 번뇌는 본래 텅 비고 고요한 것인데 / 도를 갖고서 다시 도를 찾으려 하네 / 한 생각 그 마음이 바로 옳커늘 / 어찌 다른 데서 찾으려 하는가 / 큰 도는 눈앞에 밝게 드러나 있는데 / 미혹하여 어리석은 이는 알지 못하네(誌公和尙: 418~514).

衆生不解修道 便欲斷除煩惱 煩惱本來空寂 將道更欲覓道 一念之心卽是 何須別處尋討 大道曉在目前 迷倒愚人不了.

모두 아시다시피 불법(佛法)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귀한 법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불교가 태어난 지 2천5백여 년, 원불교가 탄생한 지 10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절대다수의 불자들은 불법이 어렵다고 합니다. 서양종교는 쉬운 교리로 “믿으면 천국에 간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불법이 좋다고는 하지만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라는 것도 무언가를 배워서 알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럼 무식(無識)하면 불법을 깨치기가 어렵고, 무지(無知)한 사람은 이 불법을 쓰면서 생활할 수 없을까요?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이치가 불법이라고 알고 있다 해서 불법을 쓸 수 있다[佛法活用]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한 것은 단지 지식이거나 개념일 뿐입니다. 불법을 활용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불법의 본질을 바로 이 자리에서 쓴다는 것입니다. 철학이나 수학의 명제처럼 사유(思惟)하지 않고도 지금 당장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각적인 불법활용,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 방법은 앞서 소개한 지공선사의 게송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분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사들이 한결같이 위와 같은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때문에 모르면 돌고 돌아 구만리지만, 알고 보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무상대도(無上大道) 불법입니다.

위 법문을 간단히 해설하자면 - 중생에게 붙어 다니는 끝없는 번뇌는 본디 그 실체[自性]가 없다[공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반야(般若) 혹은 공적영지(空寂靈知)도 그 바탕이 공적(空寂)하여 그 실체를 찾을 수 없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때문에 그 누구도 공적영지를 끊어 없앨 수 없는 것처럼, 번뇌라는 것도 그 본체가 공해서 끊어 없앨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중생의 번뇌와 부처[우주]의 반야[공적영지]는 같은 바탕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번뇌를 끊고 보리를 구하는 것을 가리켜서 파도를 버리고 물을 구하는 격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애쓰는 것을 도(道)를 가지고 또 도를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생이 집착하는 바를 내려놓고 그 뜻[의도]을 쉬기만 하면, 본성에서 저절로 홀연히 나타나는 한 생각이 있으니(공적영지), 그 생각 그대로가 옳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도를 어찌 다른 데서 찾으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도는 우리가 찾지 않아도 바로 눈앞에 있어서, 아무리 무지해도 쓰는 법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집착하고 꾀하는 그 마음이 도를 가로막는 근본장애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공부인이라면 ‘대도(大道)는 간이(簡易)하다’는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8장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법활용이란 내가 공부해서 머릿속에 넣어둔 무언가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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