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마저 상처 입히는 원전
상태바
사람의 마음마저 상처 입히는 원전
  • 가토유미의 후쿠시마
  • 승인 2019.08.21 01:25
  • 호수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가토유미의 후쿠시마 이야기 -

그 당시를 얘기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사고 후 부모님은 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지금은 부모님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만 그때의 나는 어렸고 아무런 지식도 없었다. 학교에 다닌 지 2주도 되지 않았을 때, 부모님은 오사카로 피난을 가겠다고 했다. 독일에서 일본으로 전학을 와 3년을 견디고 그제야 후쿠시마에 적응했는데 또다시 새로운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하니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님의 결정은 흔들리지 않았고, 사고 한 달 후 나는 정든 친구들과 사촌,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했다.

오사카로 피난을 가자마자 한 달 후 또다시 교토로 2차 피난을 떠나게 됐다. 피난민이 적었던 오사카에서의 시선이 부모님에게 고독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사고 후 두 달 동안 두 번의 피난을 했고, 단기간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깊은 마음의 상처가 돼 잠자리에 들 때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 나는 새 친구를 만드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만약 또다시 지진이 일어나 근처의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다면 또다시 친구들과 떨어져야 하는 힘든 경험을 해야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도 아이들과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 나는 언제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그런 걱정과 함께 살고 있다. 원전사고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렇게 괴로운 초등학생 시절을 보내지 않아도 됐고, 내 출신지를 얘기할 때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지 않아도 됐고, 어린 시절부터 미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알려준 것처럼 원전은 언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리의 땅과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마저 상처 입힌다. 더 이상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국경에 상관없이 다 같이 손을 잡아야 한다.

8월2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