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사오백 년 결복의 핵심은 ‘법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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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사오백 년 결복의 핵심은 ‘법인정신’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8.22 01:49
  • 호수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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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성사 100주년 법인기도 해제식, 전산종법사 설법

 

[한울안신문=강법진] “대종사님! 대종사님! 저희가 왔습니다.”

옥녀봉 아래 법인광장에 울려 퍼진 이 함성은 법인성사 100주년 법인기도 해제식에 모인 전 재가출가 기도인들의 마음이었다. 전산종법사가 선창하고, 대중이 마음을 다해 대종사를 불렀다. 전산종법사는 “100년 전 이곳에서 대종사와 9인 제자가 기도를 올렸는데, 오늘 3천 명이 모였다. 대종사께서 굉장히 기뻐할 것이다”며 앞으로 100년 후에는 수만의 세계인들이 찾는 성지가 되기를 염원한다며 이날을 경축했다.

다음은 전산종법사의 간추린 법문이다.

대종사께서 대각을 이루고 회상을 열 때, 그 심경을 ‘만학천봉답래후 무속무적주인봉(萬壑千峰踏來後 無俗無跡主人逢, 만 골짜기 천 봉우리 모두 밟아본 후에 속도 없고 자취도 없는 한 주인을 만났도다)’이라 했다. 진리가 밝아진 것이 우연이 아니라 모진 난행·고행을 겪은 뒤 이뤄졌다. 대종사는 그 추운 겨울, 고창 연화봉에서 냉골에 목욕할 정도로 구도 정열이 타올랐다. 진리를 알기 전에는 알기 위해 애가 탔고, 안 뒤에는 이 세상을 어떻게 구할까 하는 걱정뿐이었다.

대종사께서 홀로 깨친 후, 석가모니불에 연원을 달고 불법을 주체 삼아 새 회상을 열었으니 스스로 주세불임을 선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이 불문에 들어왔는지, 나와 네가 별거 아닌 줄 알았으나 별거더라. 숙겁의 인연으로 만난 우리다.

생각해 보면 법인성사 못지않게 중요한 교단사는 영산방언이다. 대종사께서는 영산방언을 통해 수만 년 묵은 선천을 새로운 후천으로 완전히 바꾸고자 했다. 백 년도 어려운데 수만 년 묵은 업력과 원한을 돌려 새 세상을 건설하고자 했으니 그 일이 쉬웠겠는가. 영산방언은 수만 년 묵은 갯벌(선천)을 노끈, 지게, 삽으로 언을 막겠다고 한 것 자체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인선진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대종사의 지도대로 따랐다. 대종사는 방언공사를 통해 제자들의 신심과 솔성의 도를 보았다.

그것으로 됐을 텐데 왜 기도를 시켰는가. 마지막 맺음을 공기 하나 새어 나가지 못하게 기도로 딱 막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기도 정성은 심히 장하나, 아직 내가 증험한 바에는 못 미쳤다’면서 ‘만약 죽어서 이 일이 성사된다면 죽겠느냐’고 묻는다. 그때 구인선진은 아직 법을 배운 바도 없고, 진리를 깨친 것도 아닌데 무엇을 믿고 죽는다고 했을까. 바로 대종사의 말씀에 호리도 의심이 없었다. 좌산상사는 원불교 100년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라고 했다. 100년 역사를 가진 종교가 오대양 육대주에 교화를 펼친 종교가 있는가. 없다. (그런 회상인데) 이 정도에 교화가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이다.

또 하나, 대개 신흥종교는 분파가 생기는데 원불교는 분파가 없다. 내가 종법사가 되니 예타원 전이창 종사, 법산 이백철 종사, 승타원 송영봉 종사가 나에게 절을 하더라. 대종사님을 뵌 선진들이 나에게 와서 절을 했다. 나는 정산종사도 못 뵌 사람이다. 이런 교단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대산종사가 우리에게 심어준 정신은 막대기만 꽂아놓고 종법사라 하면 거기에 맥을 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니까 이 일이 엄청난 일인지 모른다. 다른 데 둘러봐라. 그래야 원불교 좋은 줄 안다.

원불교 100년의 역사는 법인의 역사다. 법인기도는 그때(원기4년 8월21일) 끝난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했다. 구인선진이 백지혈인을 나퉜을 때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됐다'고 했다. 그럼 우리도 매일 찍어봐야 하는가. 혈인은 그때로 족하다. 우리의 법인은 현실적인 법인이어야 한다.

현실 법인은 무엇인가. 먼저, 진리에 기원을 올릴 때 정신개벽으로 낙원을 이루겠다는 서원을 세우는 것이다. 그 조건으로 진리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 다음은 죽겠다(사무여한)는 마음으로 죽을 폭 잡고 일하자는 것이다. 그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양계의 인가이다. 그 마음으로 해야 실적이 나타난다. 정신개벽으로 낙원 만드는 실적이 나타난다. 교당 하나 만드는 데에도 그 정신이 안 들어간 곳이 없다.

원불교는 수많은 선진들이 법인정신으로 일군 교단이다. 사오백 년 결복의 핵심은 법인정신이다. 일과에서 법인이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애써준 선진들에게 박수를, 지금도 애쓰고 있는 우리를 위해 박수를, 다음에 와서 일할 후진들을 위해 박수를 보내자.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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