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법을 실천하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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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법을 실천하는 정치인
  • 우형옥 기자
  • 승인 2019.09.18 11:42
  • 호수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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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청년회 부회장, 녹색정치활동가, 신촌교당 허성근 교도

 

정치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조직’이죠

 

기사에 나갈 사진을 찍으려 하자 갑자기 가방을 열고 주섬주섬 피켓을 꺼낸다. 그 피켓에는 ‘기후위기’ ‘행동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9월23일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앞서 전국적으로 펼쳐지는 9월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피켓이다.
“이 피켓을 들고 사진 찍고 싶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요.”

선거운동을 하며 수없이 카메라 앞에 섰음에도 아직 어색한 미소를 보이는 그. 물질문명으로 대변되는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것이야말로 원불교 개교정신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매서울 정도다.

이생은 원불교 교법을 실천하는 정치인이 소명이라 말하는 원불교 청년회 부회장이자 젊은 정치인, 허성근(31·본명 승규) 교도를 만났다.

청년, 정치를 꿈꾸다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때였다. 경북 안동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허성근 교도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김대중’ 후보를 단지 전라도 사람이라 싫어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잘 모르는데도 그 근거 없는 분노가 참 이상하더라고요. 기질적으로 획일주의에 대한 반감도 있었던 것 같고, 자연스럽게 경북의 정치에 문제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역사를 좋아하게 됐어요.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빠져서 사회의 모순, 부조리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가 마침 원불교에 심취한 시기였어요.”

우연히 <클릭! 원불교>라는 책을 읽고 교법에 감동을 한 그는 안동교당 학생회 활동을 시작으로 교도로 거듭났다. 그렇게 그는 사회문제를 바꾸되 더 정의롭고 은혜로운 길을 고민해 나갔다고. ‘원불교 교법을 실천하는 정치인’이라는 될성부른 서원은 이때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는 팀플레이
정치가 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을 종교가 비춰준다면, 은생어해(恩生於害), 즉 정치는 갈등 속에서 은혜를 만드는 것이라 말하는 그.

“정치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것입니다.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약자들의 목소리는 많이 억압되고 강자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돼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조직’이죠.”

원불교 교법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 했던 그에게는 함께할 동료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원불교대학생연합회였고, 원불교청년회였다. 허성근 교도는 올해 사)평화의 친구들 이사를 맡았다. 또 원불교청년회 부회장이자, 원불교대학생연합회동문회 부회장을 하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바쁠 듯하지만 그는 말한다.

“사회활동, 공익활동하는 다양한 원불교 교도들과 청년들이 연결되어 조직됐을 때, 시대와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어요. 미흡하나마 제가 그 중간다리 역할을 해보려고요.”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조직’을 통해 사회불공을 실현하는 일이 교법을 실천할 수 있는 원불교 청년으로서 자긍심이라 말한다.

대자리와 소자리를 오용하지 말자
그는 한참을 원불교 교법에 대해 자랑하며,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원불교 교법에 담겨있다고 말한다. 허나 애정어린 우려도 잊지 않는다.

“교법이 너무 훌륭하다 보니 그것을 현실사회로 적용하고 가공하는 노력을 우리가 게을리하지는 않는가 생각해요. 사회의 현안 문제를 원불교 교법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교단적으로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또한 그는 외연 확대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을 먼저 응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노동활동은 사회적 트렌드이고,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을 두고 신심으로 갈음하려는 것은 대자리와 소자리를 오용한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도들의 지속가능한 노동문제를 교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은 “항마위가 돼야 한다”는 경산상사의 말을 받들어 끊임없이 일원상 진리를 공부하는 허성근 교도.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곧장 청년회 회의실로 향했다. 그는 오늘도 ‘항마’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바쁜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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