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들고 샘솟는 집, 소태산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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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들고 샘솟는 집, 소태산기념관
  • 김도경 교도
  • 승인 2019.09.18 13:35
  • 호수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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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요즘 ‘건축탐구 집’이란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집과 사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다큐멘터리로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건축가들이 찾아가서 건축주와 대화를 나누며 ‘집’이라는 ‘공간’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집이라는 건축물을 통해 ‘사람, 삶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시대에 따라 집의 모습과 기대감은 바뀌어왔지만 ‘집은 곧, 내가 살고 있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았음을 전달한다.

살아가는 공간의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도시를 채우고 있는 주요한 동력이 된 도시의 건축물은 개인의 주거 공간이기도 하고,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조직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업무 공간이 되기도 한다. 현대의 도시 건축물은 여기에 공공성까지 담아내며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의 주제는 ‘집합 도시(collective city)’다.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도시와 건축에 대한 경험을 나눈다. ‘집합 도시’라는 주제는 도시가 사람이 모여 만든 것인 만큼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자는 의도로 기획된 전시였다. 여기서의 ‘집(集)’은 모일 집이라는 뜻을 가지며 앞에서 얘기한 ‘집’과 같은 맥락의 본질을 말한다.

건축탐구 다큐 프로그램과 도시건축 전시를 보며 마음속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집이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두렷하고 높게 솟아올랐다. 그 집은 설계와 시공을 합해 5년 공사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오는 9월21일 봉불식을 올리는 원불교100주년기념성업의 마지막 숙원사업인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다.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를 건축 슬로건으로 삼은 소태산기념관은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의 개벽 정신을 토대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평화와 영성의 공간을 지향한다. 복합 업무 공간, 전시 문화 공간, 종교 공간, 생활 공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 등이 어우러졌다. 수많은 출가재가 교도들의 일심합력이 모이고 모인 소태산기념관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상징인 한강의 풍경을 끌어들이는 압도적인 원형의 명상 공간을 세상에 내어준다.

담을 두르지 않고 개방하여 세상에 공유하는 공물(公物)과 같은 소태산기념관의 전면에 배치된 61개 계단을 돌아 오르다 보면 사각형의 업무동과 솥의 형상을 딴 원형의 종교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땅과 하늘을 마주하는 공간감을 극대화시켜 준다. 세상을 향해 열린 모습을 한 계단이 교화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어 안과 밖의 관계를 회복하며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이어주기를 바란다.

한강변에 두렷하게 솟아오른 집, 소태산기념관이 종교적 회심과 시대적 공감을 듬뿍 담아내고 펼쳐내며 문턱이 닳도록 사람이 모여드는 집(集), 진리가 샘솟는 집(潗)으로 교화의 세찬 물결이 힘차게 솟구치기를 염원한다.

수많은 인연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인명사고 없이 무사히 봉불식을 올리게 되어 법신불 사은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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