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치지 않음
상태바
치우치지 않음
  • 라도현 교도
  • 승인 2019.09.18 16:27
  • 호수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우의 공즉시색5

학교에서 윤리도덕을 배운 사람이면 세상사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은 대체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성(理性)으로써 판단을 한다고 해도 때로는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시비를 똑 부러지게 가리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모든 언론의 중심에 서서 온 국민의 판단이 둘로 나뉘었던 법무장관 후보의 적정성 문제도 그런 예라고 할 것입니다.

한 가지 기준으로 보면 옳고 그름이 명백한데,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맞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틀렸다고 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촉나라 제갈량은 위나라와 싸울 때 자신이 몹시 아끼던 장수 마속을 보내서 가정이라는 지역을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군령을 어기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작전을 펼쳐서 결국 패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모든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군령을 어긴 죄로 마속을 참형에 처했습니다. 이것은 순리(順理)를 취한 것입니다.

조선 중기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왜군들이 조선백성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하며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서산대사 청허스님은 승병을 조직하여 승려들이 무기를 들고 왜군들과 싸우도록 독려하였습니다.

인과응보의 법칙을 아는 승려라면 억울하게 스스로 죽음을 당할지언정, 칼을 잡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청허스님은 죽어가는 백성을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중죄를 자초했습니다. 이것은 역리(逆理)를 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천거하고 쓰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진(晉)나라 평공(平公)이 기황양(祁黃羊)에게 물었습니다. “남양에 현령이 없는데, 누가 그 자리로 갔으면 좋겠소?” 기황양은 해호(解狐)가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평공이 말했습니다. “해호라면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 기황양이 대답했습니다. “왕께서는 그 자리에 누가 좋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제 원수가 누구냐고 물으셔서 답을 한 것이 아닙니다.”

평공은 그 말을 좇아 해호를 현령으로 임용하였는데, 백성들이 좋아했습니다.

얼마 지나서 평공이 또 기황양에게 물었습니다. “나라에 판관(判官) 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그 자리를 맡으면 좋겠소?” 기황양이 답하였습니다. “기오(祁午)라면 잘 해낼 것입니다.” 평공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닌가?” 기황양이 대답했습니다. “왕께서는 누가 그 자리에 적임자냐고 물으셨습니다. 제 자식이 누구냐고 물으셨던 게 아닙니다.”

평공이 그 말을 좇아 기오를 임명했는데, 백성들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공자가 이것을 듣고 말했습니다. “훌륭하도다. 기황양이 사람을 천거할 때는 밖으로는 원수라도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자기 자식도 꺼리지 않았으니, 그는 참으로 공정하였구나!” 〈여씨춘추(呂氏春秋)〉

라도현 교도/ 화정교당

9월 20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