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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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
  • 김도연 교무
  • 승인 2019.09.18 16:49
  • 호수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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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마음, 읽다2
이수지 지음. 출판사 비룡소.2009
이수지 지음. 출판사 비룡소.2009

이수지의 그림책 〈거울속으로〉는 독특하다. 글은 한 줄도 없고 그림만 있어,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배경 또한 텅 비어 있어 그림만으로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한 여자아이가 혼자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앉아 있다. 고개를 든 소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거울 속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자 소녀는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 둘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함께 춤을 춘다. 춤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소녀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거울 속으로 들어갔던 소녀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 이제 더 이상 거울 속 아이는 소녀를 따라 하지 않는다. 소녀는 자신을 따라 하지 않는 거울 속 아이에게 화를 낸다. 그러자 거울 속 아이도 화를 낸다. 분노한 소녀는 거울을 밀어버린다. 거울은 바닥에 넘어져 와장창 깨져버린다. 거울 속 아이는 깨진 거울과 함께 사라진다. 소녀는 다시 혼자가 된다.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은 나의 내면을 거울처럼 되비치는 현상이다. 자신의 투사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소녀처럼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분노를 경험할 때마다 타인을 밀어내고 타인과의 관계를 깨뜨린다. 자신의 내면에 부정적 측면이 많이 억압되어 있을수록 타인의 부정적 측면을 자주 발견하고 그만큼 타인에 대한 분노를 자주 경험한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가시나무 새’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인 것이다. 그래서 투사행위를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의 부정적 측면을 인정할수록 마음의 경계가 넓어진다. 그러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갈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보며 화를 내고 있는가? 그것이 타인의 잘못인가, 내 욕구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글/ 김도연 교무ㆍ서울교구사무국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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