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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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날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9.25 22:58
  • 호수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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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립이 꼬박 10년에 걸쳐 이뤄졌다. 전산종법사는 21일 개관식 설법에서 “원불교로서는 오늘 이 행사가 어마어마한 일이다”고 소회와 감사를 전했다. 찬성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36년간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해준 옛 원불교 서울회관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교단적 상흔이 깊었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는 건축 설계처럼 어찌 됐든 이곳 소태산기념관은 교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에 맞춰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다가가야 한다. 지난 10년, 우리는 ‘원불교 서울시대 개막’이라는 꿈을 안고 달려왔다. 비록 개관식은 했지만 비즈니스센터의 임대사업, 영성시대를 이끌 종교동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일은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다만 소태산기념관이 대중에게 첫 공개됐던 개관식에서 세상을 향해 던진 교단의 메시지가 너무 약했던 게 아닌가 돌아본다. 개관식의 주제는 분명 ‘정신개벽으로 행복한 세상을!’이란 메시지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참석한 대중들에게 그 메시지가 얼마나 다가갔을까.

개관식 행사를 마치고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불단에 오른 수상 도우미는 왜 매번 정복 입은 여자교무여야 하느냐는 반론이 여론을 뜨겁게 했지만, 정작 개관식에서 전달받아야 할 원불교의 미래 메시지에 대한 소통은 없다.

9월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평화의 날이다. ‘어쩌다 그날’이 아니라 오랜 아픔을 딛고 또 다시 한강변에 일원상의 돛을 달 수밖에 없는 원불교의 시대적 사명이 그날을 선택한 게 아닐까.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선 이날에 우리는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내었던가.

‘정신개벽으로 행복한 세상을!’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소태산 대종사의 개교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도록 현하(現下) 지금 여기 우리는 정신개벽을 하고 있는가.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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