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지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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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집(지구) 구하기
  • 조은혜 교도
  • 승인 2019.10.16 22:57
  • 호수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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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세계탄소지도, 온실가스 배출 역사적 책임(http://www.carbonmap.org)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위험도 (http://www.carbonmap.org)

“우리 집(지구)에 불났어요.”

화들짝 놀란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영국에서는 박물관에 이어 공항을 점거하고 멸종위기 대책을 마련하라고 시위하는가 하면, 60여 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관공서나 백화점, 도로에 누워 죽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170여 개 나라 청소년들도 학교를 결석하고 거리로 나와 ‘미래를 훔친 어른들’이 지난 30년간 무엇을 했는지 성찰하라고 꾸짖고 있다.

이처럼 2019년은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앙이 시작됐다고 전 세계가 인정하기 시작한 첫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는 유엔이 이미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설립한 때부터 시작됐지만 ‘기후변화 음모론’을 내세우며 무시해 온 결과 ‘멸종위기’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됐다.

한국에서도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해왔다. 2011년 기후정의연대(준) 워크숍에서 “기후변화는 환경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기후변화를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이슈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의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자고 한다.

그런데 불 끌 방법은 있는 걸까. 기후위기가 지구붕괴로 향하는 것을 막는 해법은 이미 알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 그런데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할 만큼 어려운 걸까.

환경단체 ‘쥬빌리 사우스(www.jubileesouth.org)’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8% 정도에 지나지 않는 북반구 선진국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0% 배출하고 있다. 대기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발표했다. 각종 통계자료를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인 KILN(https://www.kiln.digital/)이 만든 세계탄소지도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킨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이 큰 반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아주 미미하다. 반면, 이제 막 경제성장을 통해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개발을 시작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은 성장할 기회도 없이 기후변화 피해로 해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피해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완벽한 불평등’ 상황이다.

2015년 유엔은 SDGs(지속가능한발전목표)를 발표했다. 지금처럼 이산화탄소 배출 절대량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이 고르게 보장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선 ‘역불평등’을 감수해야 한다. ‘북반구 선진국’은 성장을 멈추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즉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향해 뒷걸음질을 쳐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마음껏 탄소배출을 할 수 있었던 권리를 내려놓고 생존을 위한 성장이 절실한 ‘남반구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위 그림). 성장을 통한 분배가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과 기술을 보편적 서비스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나눔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난 9월24일~25일 이틀간 국제기후종교시민(ICE) 네트워크와 5대 종단이 함께하는 종교환경회의 등이 주최한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을 위한 오이코스 포럼’은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가능한 삶’ 을 향한 국제적 합의와 실천과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성장과 이윤(물질개벽)을 내려놓고 생존과 안전(정신개벽)을 행(行)하는 글로벌 응답을 기대한다.

국제기후종교시민(ICE) 네트워크와 5대 종단이 함께하는 종교환경회의 등이 주최한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을 위한 오이코스 포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위험도는 홈페이지(www.carbonmap.org)에서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조은혜 교도 /원불교환경연대·사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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