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꿈꾸는 일원가정
상태바
그들이 꿈꾸는 일원가정
  • 우형옥 기자
  • 승인 2019.10.17 00:02
  • 호수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원의 향기 / 법연으로 맺은 지자은·안기홍 부부

남편이 차 한 대 없는 도로에서도 신호를 다 지키고 속도도 다 지키는 거예요. ‘아, 이 사람 참 괜찮다. 믿음직스럽다’라고 생각했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는 그에게 포도가 먹고 싶다고 말하자 단숨에 마트에 다녀오는 그런 남편. 아침 잠을 이겨내고 남편의 아침 밥을 챙기는 그런 아내. 서울교구 청년연합법회 임원으로 만나 연애부터 지금까지, 서로 배려하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그들. 원불교 청년회 출신 지자은·안기홍 부부를 만나고 왔다.

이 사람 참 괜찮다

속초에서 서울로 올라와 종로교당을 다니던 한 청년과 불광교당을 다니다 청년법회가 없어져 교당을 헤매던 한 청년이 만난 곳은 서울교구 청년연합법회인 ‘서청톡톡’이었다. “그 당시 뭐에 홀린 듯이 이것저것 맡아서 해보겠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서청톡톡 임원을 맡아서 함께 활동하게 됐어요.” 함께 임원 활동을 하며 법회를 기획하고 교당을 다니니 친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했던가? 마음이 이어진 건 한순간이었다.

“임원들끼리 당시 청년회장이었던 남편의 고향 속초에 같이 놀러 갔어요. 다들 직장인이다 보니 일 끝나고 밤 11시쯤 출발했었는데 남편이 차 한 대 없는 도로에서도 신호를 다 지키고 속도도 다 지키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 이 사람 참 괜찮다. 믿음직스럽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사드 배치 반대 기도회를 나갔던 날, 시간이 끝나고도 남아 기도를 하던 아내의 모습에 마음이 갔죠.”

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됐다.

젊은 부부가 머무는 교당

8개월 된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 이들에게는 생각지 못한 고민이 생겼다.

“우선 법회를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청년이었던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설교 말씀을 들으러 가는데 법당에서 아기가 울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엄마와 아기가 함께 법회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교당에 나가는 게 두려운 건 사실이에요. 각자가 다니던 교당 모두 그런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는 교당을 찾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들은 젊은 부부들이 교당을 다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교무님의 ‘설교’라고 말한다. “청년연합법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게 설교 말씀을 듣고 한 구절이라도 가슴에 남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떠납니다. 교무님들이 시대에 맞는 교리해석과 청년들의 시선에 맞는 실천적인 설법을 들려줘야 청년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3040세대 서청톡톡2 염원

청년부부들이 결혼 후 교당과 멀어지는 이유는 아이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청년법회를 다니다 결혼을 기점으로 일반법회를 가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청년과 일반의 기준을 결혼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어르신들이 이뻐해 주시는 것과는 별개로 나이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소속감이 덜 들고 두려운 건 어쩔 수 없죠. 일반과 청년을 나누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함께 청년교화를 위해 힘써왔던 동지여서 그런가 그들은 인터뷰를 하다 말고 이런 아이디어를 낸다.

“아이를 낳고 아줌마가 되니 원불교를 다니는 3040세대의 부부들을 모아 ‘서청톡톡2’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가출가 할 거 없이 청년부부 교도들이 모여 같이 법회도 보고 부부선도 하고 또 젊은 부부들이 겪을 만한 사회적 문제라던가 고민을 함께 바라보고 나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밝고 맑은 일원가정

누구보다도 원불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청년 교화의 아쉬운 점을 말하던 그들은 꿈꾸는 일원가정의 모습이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양쪽 어머니, 아버지가 원불교 교도이고, 저희도 원불교 교도잖아요. 우리 아이도 자연스레 원불교를 접하고 맑고 밝은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 저는 장인어른, 아버지, 저, 아들 이렇게 목욕탕도 가고 싶습니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목욕탕 로망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죠?(웃음).”

라온.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라’는 아이의 법명처럼 3대째 이어질 행복한 일원가정을 꿈꾸는 부부는 손을 꽉 잡고 피어오르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10월1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