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야, 아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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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야, 아프지마
  • 조은혜 교도
  • 승인 2019.11.12 23:02
  • 호수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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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웃음은 만병통치약으로 불린다. 웃으면 면역기능이 높아지고, 심장박동수도 2배로 늘어나며, 폐 속에 남아 있던 나쁜 공기가 신선한 공기로 빨리 바뀐다고 한다. 암과 세균을 처리하는 NK세포, 감마 인터페론, T세포, B세포 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하루에 8번 웃는 어른들보다 400번씩 웃는 어린아이들이 나쁜 병에 걸리는 확률이 적은 듯하다.

하루에 400번이면 잠자는 8시간을 뺀 나머지 16시간 동안 평균 2.4분마다 한 번씩 웃는 셈이다. 아이들은 넘어져 다쳐도 한바탕 울고 나면 금방 다시 까르르 웃고 떠들기 바쁘다. 그런데, 아이들이 한동안 웃지 않는 시간이 생겼다. 지구 친구가 아픈 모습을 보면서 흙과 나무, 동물 친구들이 걱정돼서다.

삼천포 원광어린이집에서 ‘인성교육이 중심이 되는 어린이집’을 모토로 환경 수업을 시작했다. ‘원불교는 초록입니다’ 실천에 어린잎들이 빠질 수 없다는 것. 11월 첫날 학부모 참여 수업 전체를 ‘환경아, 놀자’로 꾸몄다. 바다를 테마로 한 방에서는 뱃속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고래와 ‘사라져가는 동물 친구들’의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삼천포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파란 지구처럼 우리 지구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쓰레기 방에서 분리수거를 하기도 하고, 있는 힘껏 볼링공을 굴려 나쁜 병 벌레들을 쓰러뜨리고 지구가 건강해지도록 돕는 실천 약속 나무를 푸르게 만들었다.

가장 오래 지구에 머물게 될 0~7세 어린잎들은 병든 지구를 친구로 만나게 되어 마음이 너무 아픈가 보다. 어쩌면 생애 처음 알게 된 가장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이 매달아 놓은 메시지 카드는 온통 친구들 걱정이다. ‘땅속에 있는 비닐로 흙이 힘들대요’ ‘냉장고문을 자꾸 열면 지구가 더워진대요’ ‘동물들이 아파요. 분리수거 잘해서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 주세요’ ‘지구야, 아프지마’. 그리고 스스로 아픈 친구를 위해 양보할 거리를 찾는다. ‘형광등을 계속 켜두지 않아요’ ‘텔레비전을 많이 보지 않을 거예요’ ‘아무 데나 물을 내리지 않고 물을 아껴 써요’ ‘엄마 아빠한테 말해요, 전기를 아껴요’.

우리 어린잎들에게 지구는 하나의 친구다. 흙도, 나무도, 동물도 모두 웃을 수 있고, 병들면 아픈 친구다. 나는 아프지 않은데, 동물들이 죽어가는 것이 아프다. 나는 만지기도 싫은데 더러운 쓰레기더미가 다 덮어버려 숨 막혀 하는 흙은 얼마나 싫을까 걱정스럽다. 천지 만물이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일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함께 살아 숨 쉬어야 하는 친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3월 한국리서치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기후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93%, 심각하다고 느낀다는 대답도 82%에 이른다. 그런데 정작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그쳤다.

9월 21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원불교는 ‘STOP 기후변화 GO 천지보은’ 약속으로 응답했다. 전국 30여 개 교당을 찾아가는 원불교환경연대 ‘천지보은법회’에서 줄곧 이야기한 것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시대적 요청에 ‘일상수행’으로 응답하는 실천 제안이었다. 우리 어른들은 지구의 아픔에 얼마만큼 공감하는지 반조해본다.

글 조은혜/ 원불교환경연대, 사직교당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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