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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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뿐인 것을
  • 전정오 교도
  • 승인 2019.11.19 22:45
  • 호수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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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얼마 전에 필자는 벤츠 자동차를 사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왜 꼭 벤츠를 사려고 하는지 물었다. 최고급 국산 자동차도 성능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벤츠 못지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답도 필자가 예상했던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폼 잡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옷도 잘 입으려는데, 이 마음이 좀 더 강해지면서 분수에 맞지 않게 명품백과 명품 옷을 찾게 된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이 마음은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러한 마음으로 인해 크나큰 심적 고통이 다가오기도 한다.

교당에서도 강연할 때 너무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이, 선뜻 강연을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게 하여, 늘 하는 사람만 하게 된다. 교당 일을 맡아야 할 회장단이나 단체장 등도 역시 서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필자 생각에는 이처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 저변에는 남으로부터의 평가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남의 평가로부터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훨씬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바는 사람마다 여건과 능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자기 능력껏 살면 마음이 편할 수 있다. 잘 보이려고, 잘 되려고 진실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으로 전전긍긍하거나 곤경에 처하게 된다.

금요선방에서 좌선이 끝나고 나면 꼭 교감교무님이 도반들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땠나요?” 다른 도반들은 집중이 잘 되고, 선정에 들어 벅찬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오직 필자만 잡념 때문에 참으로 힘들었다고 말하곤 했다. 좌선할 때,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잡념으로 가끔은 좌선을 하는 나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언젠가 교무님이 ‘좌선을 할 때 잡념이 일어나면 그대로 바라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기분이 좋으면 기분이 좋구나, 우울하면 우울하구나’ 하며 바라보는 순간, 싫은 기억과 감정들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크고 작은 일들과 함께 본색을 드러내듯, 잊을 만하면 여전히 생겨나는 짜증과 화 그리고 분노들, 무언가 잘못된 느낌들이 생긴다. 좌선은 왜 하는 것이며, 알아차림은 왜 필요한 것일까? 눈을 감고 앉아 몸이 사라지고 호흡이 사라진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든다. 바라본 마음이 탐심이고 진심인데 그다음은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갈등하던 어느 날부터 조금씩 변화되는 나를 느껴졌다. 좌선과 독경에서 얻은 작은 집중력이 알아차림을 위한 힘이 되었고, 알아차림이 이어지는 만큼, 집중과 고요가 또다시 조금씩 스며든다는 것을 알았다.

정견이 있어야 알아차림의 힘이 강해지는 걸까? 알아차림의 힘이 좋아져야 정견이 세워지는 것일까? 어느 것이 먼저이고 중요하다 할 수 없을 만큼, 상부상조하는 좋은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바른 알아차림’으로 그동안 뒤엉켰던 진리의 말씀들이 하나로 해결되고, 진정한 중도이자 평등심인 고요한 삶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생겨났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싶고, 오줌이 마려우면 화장실을 가고 싶듯이, 기쁜 마음도 화가 나는 마음도 일어나야 할 것이 일어났을 뿐이니 그저 일어난 줄 알면 된다. 그냥 그뿐인 마음으로 또 그뿐인 마음을 바라보자. 알아차림의 힘이 지혜로 무르익는 그 순간까지 가고 또 가야 하지 않을까.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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