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적공, 성주성지 진밭은 평화의 플랫폼
상태바
천일의 적공, 성주성지 진밭은 평화의 플랫폼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12.11 13:58
  • 호수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밭교 길위의 평화행동과 1000일의 기도

평화기도회, 천번의 내려놓음으로 하나돼
김선명 교무가 진밭 평화기도 1000일째 기도식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한울안신문=강법진]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우리의 땅 우리의 힘으로 우리들의 작은 기도가 세계평화의 길이 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지켜내리라 전쟁 없는 평화의 땅에 화해의 싹을 틔워 내리라~♪.”

애달픈 성지, 평화의 성지 ‘진밭’은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성주 소성리 진밭에서 울려 퍼진 민들레합창단(소성리 어르신)의 노랫소리에 여기저기서 눈물이 쏟아졌다. 900일 하고도 99일, 달마산 깊은 골짜기 길 위에서 시작된 평화기도가 수많은 연대자들을 불러왔고 천 일간 쉼 없이 외쳤던 그들의 염원이 세상 밖으로 뻗어 나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천일의 시간,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사드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지만 조용한 시골마을에 비상벨(?)이 울릴 때마다 한달음에 달려와 준 평화지킴이들로 인해 그들은 안심했다. 힘들고 긴 싸움으로 얻은 결과가 전쟁 무기가 아니라 평화한 마음이라 다행스러웠다. 지금은 비록 무기와 싸우지만, 이 땅의 평화는 언젠가 꼭 오리라는 믿음으로 이어온 천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성주·김천 주민은 물론 원불교 교무님, 교도님, 평화를 수호하고자 모인 수많은 연대자와 종교인들이 있었다. 그 든든함에 죽는 날까지, 아니 사드가 뽑히는 날까지 싸우겠다던 그들이다.

소성리 어르신들로 이뤄진 민들레합창단이 진밭 천일기도를 기념하는 노래를 공양했다. 

민들레합창단의 노래를 마치고 금련(83)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고맙습니다. 기뻐서 눈물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진실한 마음으로 전하는 그 두 마디가 천일의 보배였다.

12월 4일~5일 소성리 진밭교·마을회관이 모처럼 북적북적했다.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가 마련한 진밭 평화기도 천일(12월 5일)을 기념한 ‘피스앤피스(piece&peace)’ 행사에 전국에서 모였다. 2017년 3월 11일 김선명·강은도 교무가 달마산 구도길을 열라며 진밭교 맨바닥에 앉아 기도한 지 천일, 수많은 연대자들과 종교의 울을 벗어나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고 손잡아 준 종교인들도 함께했다. 연대자들은 1박 2일간 평화기도회와 소성리 수요집회, 달마산 미군기지 앞 평화행동, 평화를 염원하는 천 배와 김천집회를 마치고 늦은 밤 10시 함께 모여 ‘평화는 얼지 않는다’를 외치며 각자의 마음에 평화의 빛을 켰다. 999일째 밤은 외롭지 않았다. 이튿날 김선명 교무와 연대자들은 어김없이 새벽 불을 밝혀 평화기도를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고 따듯했다. 무지와 어둠을 물리치고 새 아침이 밝아왔다. 언제 또 바람이 불어올지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천 개의 조각이 되어 평화의 꽃을 피울 때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성주 소성리 진밭에 거센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천일을 지켜온 ‘사무여한(死無餘恨·죽어도 여한이 없다)’의 깃발이 세 번의 옷을 갈아입고 또다시 긴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침묵은 또 다른 기도요, 결기다. 성주성지는 더 이상 원불교만의 성지가 아니다.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자 한 수많은 연대자들의 플랫폼이니 오직 사무여한의 마음으로 정의를 지키고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

“평화는 가위·바위·보다. 가위는 정의, 바위는 사랑, 보는 자유다. 사랑 없는 정의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몸을 통해 헌신하는 기도야말로 지극한 사랑이며 평화다.” - 한상렬 목사

“쉼 없는 한숨과 몸짓으로 평화를 외쳐준 시민들,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님들에게 감사하다. 천일의 평화기도는 개벽시대를 여는 기도이다.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평화와 상생의 세계를 열어가자.” - 오정도 대구경북 교구장

1000일의 적공에 함께 해준 연대자들.
999일 평화기도회에 함께해준 성주,김천,대구경북,부산울산 등지의 연대자와 원불교, 이웃종교인들이 기도 올리고 있다. 
성주 소성리 진밭에는 매일 평화 100배가 올려지고 있다. "평화는 얼지 않는다"

12월 1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