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몸집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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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몸집을 줄인다
  • 조은혜 교도
  • 승인 2019.12.18 00:39
  • 호수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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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매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가 수만 건이다.       사진출처=환경부

문득, 하늘에 긴 줄이 생기는 것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큰 V자를 그리며 길게 줄을 지어 이동하는 새떼들이었죠. 철새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며 ‘아, 겨울이 시작되는구나’ 생각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철새 도래지를 찾아다니는 조류학자나 사진작가들을 만나야 들을 수 있을까요.

도시에 살면서, 하늘을 나는 새를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공원 등지에 몰려 앉아 먹이를 쪼아대기 바쁜 비둘기들이 잠시 날아올라 몇 걸음 옆으로 이동하는 것을 빼면요. 대신, 새들이 길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은 종종 보게 됩니다. 건물 유리 등 투명한 벽에 부딪쳐 죽어 있는 모습으로요. 환경부에서 조사해보니 건축물의 유리 외벽, 투명방음벽, 유리로 된 버스정류장 등이 늘어나면서 일 년에 800만 마리, 하루 2만 마리 정도가 충돌해 죽어간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편리와 예술성이라는 이름으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천지 도반의 생태 길에 죽임의 벽이 됐음을 참회합니다.

이렇게 죽어간 새들을 모아 연구를 시작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1978년부터 2016년까지 40여 년간 7만 716종의 죽은 새 표본을 만들었습니다. 기후변화에 새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궁금해서요. 연구결과, 새들은 스스로 몸집을 줄여가고 있었습니다. 새의 크기를 짐작하게 하는 기준인 조류의 다리뼈 길이가 2.4% 짧아진 것이죠. 반면 날개는 1.3% 커졌구요. 연구 총책임을 맡은 미시간 대학교 환경과 브라이언 위크스 조교수는 “조류는 꽤 다양했지만 거의 모든 조류가 일관성 있게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연구진은 이동이 많은 새들이 기후변화로 더 멀리 이동하게 되면서 큰 날개와 작은 덩치를 가진 새들이 가장 잘 생존하기 때문이고, 작은 새일수록 몸무게 대비 표면 비율을 늘려 체온을 낮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아지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몸집이 큰 동물들이 기후위기에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한편에서는 ‘작은 동물’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지난 2014년부터 미래식량 대체자원으로 곤충요리 경연대회가 열리기 시작해 올해로 5회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표본.
애벌레스네낵

그리고 올 7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친환경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라며 소나 돼지처럼 축산법의 인정을 받는 ‘가축으로 인정하는 기타동물’에 토종 곤충 14종을 포함해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메뚜기 샐러드, 개미 샌드위치, 애벌레 탕수육, 번데기 초밥 등이 곤충요리 경연대회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식용곤충으로 만든 요리만 판매하는 식당도 문을 열었다고 하니 곤충요리에 익숙해질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본 것처럼 비호감은 아니겠지만 메뚜기, 식용누에 번데기, 갈색저거리 유충 등 애벌레로 만든 음식으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죠.

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익숙하지 않은 먹을거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불가 조건에 처할 수 있습니다. ‘덜 만들고, 더 계발하고, 덜 사용하는’ 변화가 시급합니다.

이 와중에 중국에서 축구장 100개를 합친 규모라는 시안시 쓰레기 매립장이 계획보다 25년이나 빨리 가득 차버려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자신의 몸집을 줄여 지구 위기에 대응하는 새들과 달리 우리는 숨 쉴 지구땅을 줄여 쓰레기장을 키우는 배은을 하고 있네요. 긴 참회로 마무리하는 한 해가 아쉽습니다.

글 조은혜/ 원불교환경연대, 사직교당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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