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번 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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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 김도연 교무
  • 승인 2019.12.18 01:02
  • 호수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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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마음, 읽다5

주인공인 얼룩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살아났다. 백만 명의 주인이 이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주인이 이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고양이는 주인들을 사랑하지 않았고 어차피 다시 살아날 것을 알기에 죽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백만 한 번째에 고양이는 누군가의 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로 태어난다.

아주 멋진 얼룩고양이였기에 암고양이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얼룩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살아봤다!”라며 도도하고 건방지게 군다. 그런데 하얀고양이만이 얼룩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얀고양이는 얼룩고양이가 허영과 과시를 벗고 다가가자 그제야 받아준다. 둘은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는다. 새끼들이 자라 독립하고 얼룩고양이는 하얀고양이와 둘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어 하얀고양이가 조용히 숨을 거두자 얼룩고양이는 하얀고양이를 안은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백만 번을 운다. 그리곤 숨을 거둔 채 다시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백만 번이나 삶과 죽음을 반복했지만 얼룩고양이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누군가의 고양이로만 살아야 했던 얼룩고양이는 주인이 원하는 대로 ‘거짓자기’로만 살았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거짓자기(false self)’인지 ‘참자기(true self)’인지 알지 못했다. 얼룩고양이는 하얀고양이를 통해서 허위적인 나가 아닌 진정한 나의 모습을 되찾는다. 거짓자기가 요구했던 허영이나 과시에 대한 칭송이 아닌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그를 존중해주는 하얀고양이를 통해 참자기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온전한 나로 살 수 있게 해준 하얀고양이가 죽자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대성통곡하는 얼룩고양이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혹여 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거짓자기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 연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울교구사무국 김도연 교무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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