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6살의 프리다는 영문도 모른 채 도시에서 삼촌 집에 보내지게 되어 시골 생활을 하게 된다. 삼촌과 숙모 그리고 어린 사촌 안나와 살게 된 프리다는 산골의 삶이 따분하다. 게다가 마을의 어른들은 무슨 이유인지 그녀가 자신들의 아이들과 노는 것을 말리며 멀리하니 외롭기만 하다. 새로 사귄 3살 사촌과 노는 것도 어떤 때는 재미있지만 가끔은 지겹게 느껴진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죽은 엄마가 그리워진 프리다는 어느 날 우연히 숲속에서 발견한 성모 마리아 상에게 엄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도 한다. 가끔씩 도시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이모들만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여긴 프리다. 모두가 잠든 밤, 자신만을 사랑해 줄 수 있는 가족을 찾아 가출을 시도한다. 그녀는 과연 자신이 바라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해설과 마음보기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스페인의 여류 신인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과 추억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90년대 EU통합과 에이즈 확산, 신구 세대의 갈등이라는 정치적, 사회적 격변으로 시끄럽던 유럽의 시대 상황을 바탕에 깔고 프리다라는 홀로 남겨진 아이가 주위의 관심과 시선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라고 느껴질 만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주는 성장영화이다. 또 본의 아니게 한 가족의 틀에 묶인 구성원들이 좌충우돌하는 사건을 거쳐 차차 서로를 알아가며 한 가족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담고 있는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프리다를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녀의 아픔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동정하고 무한한 인내심으로 받아주는 부류(그녀의 친척들)와 그녀의 사정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받아 줄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멀리하는 부류(마을 아이들의 부모와 이웃 사람들)이다. 어리고 천진난만한 프리다에게는 그 둘 어느 부류도 이해될 수 없는 부담스러운 대상이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사실 무관심도 지나친 관심도 아니다. 슬퍼할 줄 모르는 그녀를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프리다의 모습에서 그녀가 죽은 엄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프리다는 아빠에 대한 기억도 없으며 그녀가 흉내 내는 엄마는 언제나 몸이 아프다고 하며 나른하게 누워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프리다는 자신과 달리 사랑 받고 있다고 여기는 어린 사촌 안나에게 질투하고 시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사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해코지까지 한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태도는 사실 어른들이 일상생활에서 겉으로 절대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들과 다르지 않다. 단지 어린이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기에 다 드러내고 어른들은 그 감정을 숨길 뿐이다. 일어나는 내 마음을 바라보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린이가 감정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어난 감정의 원인을 나의 것(감정의 원인은 상대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나 생각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진정 마음의 정화가 일어난다.
영화는 불꽃놀이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프리다의 웃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보여지는 그녀의 감정은 질투, 분노, 무관심, 애절함, 발랄함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의 슬픔을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 마지막에서야 등장한다. 자신이 왜 우는지 모르겠다며 큰 소리로 우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울음의 의미는 기쁨일까? 슬픔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녀의 거울이 되어 마음이 통한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