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쥐의 해, 혜복이 넘치는 새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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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쥐의 해, 혜복이 넘치는 새해 되세요
  • 이경식 교도
  • 승인 2019.12.24 20:03
  • 호수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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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한울안신문=이경식 교도] 새해는 음력으로 경자년이니 이른바 흰쥐(白鼠)의 해다. 십이지신 관념은 유래가 오래거니와 특히 출생연도로 띠를 정하여 가지가지 민속을 형성시킨 것은 흥미롭다. 왜 십이지신 첫머리에 쥐를 배정했을까 궁금하지만, 어쨌건 인간 주변 동물 중에 애증이 가장 극심한 것으론 쥐 말고 없을까 싶다. 말이야 애증이라 했지만 야박하게 말하자면 포유류 중 가장 혐오스런 동물이라 해도 이의가 없을 듯하다.

나이 든 사람들은 해마다 ‘쥐 잡는 날’을 정하고 정부에서 쥐약을 놓게 하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궁핍하던 시절에 사람도 절약절식 하던 식량을 훔쳐 먹는 놈, 건물을 뚫고 가구를 갉아서 못 쓰게 만드는 놈, 천장 위에서 밤새 달음질을 하면서 안면을 방해하던 놈, 뒷간이나 수챗구멍을 드나들며 온갖 더러운 것을 묻혀다 발라놓던 놈, 눈깔 주둥이 꼬랑지 뭐 하나 이쁜 데가 없는 놈, 열 번 보면 열 번 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놈, 이놈을 어째야 좋을까. 게다가 학교에서 배우다 보니 페스트, 유행성출혈열 등 전염병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니 미운 짓은 골라서 한다.

우리 민속에 쥐불놀이가 있다. 정월 첫 쥐날에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면서 쥐와 해충을 퇴치하는 풍속이다. 새해 농사를 앞둔 이월 초하루는 ‘콩 볶는 날’이었다. 이때엔 쥐를 향해 온갖 저주를 퍼붓는다. “콩을 볶자 쥐대가리 볶자”를 비롯해 “쥐(눈깔) 지지자, 쥐(불)알 볶아라” 등등. 옥편에서 쥐 서(鼠) 자를 보면 ‘좀도둑, 간신’의 뜻이 따라 나오는 걸 보면 중국인이 쥐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알 만하다. 서양에서도 쥐는 골칫덩이였다. 유명한 독일 민화 <하멜른의 쥐잡이>에서는 마을에 창궐하는 쥐를 퇴치하기 위하여 천 냥의 돈을 걸고 피리 부는 사나이를 고용하여 동네 쥐들을 모조리 몰고 강으로 가서 몰살시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쥐가 이렇게 미움만 받았을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월트 디즈니 만화(애니)에서 사랑받는 쥐 캐릭터 미키마우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설화나 고소설 속에서 활약하는 쥐(서생원, 서동지)는 얼마나 많은가. <옹고집전> <서대쥐전> <쥐전> <서동지전> 등 우화소설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니와, 삼국유사 <사금갑> 설화에 처음 등장한 이래 숱한 민간설화에서 인기 캐릭터로 그 위상은 탄탄하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한국판인 <매미와 쥐> 설화에선 쥐가 근면한 일꾼으로 나오고, <혼쥐 설화>에선 생쥐가 사람이 잠잘 때 콧구멍으로 들락거리며 꿈속에서 활동하는 영혼으로 나온다. 함경도 지방에서 전승되는 <천지창조> 설화에선 지혜로운 쥐가 미륵에게 샘물 찾는 법과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가르쳐 준 대가로 “이 세상에 있는 쌀뒤주란 뒤주는 죄다 네가 차지해라” 하는 허락을 받는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재물 복을 타고 난다’는 말이 생긴 유래란다.    

쥐는 그 종류가 1800이나 되며, 지구상 포유류 수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 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한 배에 평균 10마리씩 낳는 다산왕인 쥐, 암수 한 쌍이 2년이면 5천만 마리로 불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니 저출산, 인구절벽에 고민하는 우리나라 처지에 쥐한테 한 수 배워야 할까 모르겠다. 쥐는 예민한 감각기관으로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며, 행동이 민첩하고 예지력도 뛰어나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를 미리 예고해 주는 영물로서도 주목받는다. 햄스터나 기니피그처럼 애완용으로 사랑받기도 하지만, 의학 실험동물로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흰쥐의 경우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많이 헌신하고 희생하는가.

경자년 쥐띠 해, 부디 우리 지구촌, 우리나라, 우리 교단이 쥐의 강점을 본받아 번영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분항 속의 벌레를 주워 먹는 재미에 다가오는 위기를 모르는 쥐처럼 살지 말고(<대종경> 인과품 31장) 마음공부 하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봉산 이경식(혜화) 교도, 일산교당, <소태산 평전> 저자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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