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나는 원불교 교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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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나는 원불교 교도입니다”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0.01.23 16:35
  • 호수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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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2016년 3월, 셋째 동생이 교당에 설법 잘하는 교무님이 오니 가보자고 했을 때 왜 선뜻 그러자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날 처음 교당에 가서 인사까지 드리고, 교무님이 입교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한 까닭은 더더욱 모르겠다. 가까운 분들이 불교와 천주교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믿음을 권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원불교 교도가 되다니….

불가사의한 이것을 설명하자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둘째 동생이 우연히 원음방송을 듣고 좋아서 찾아가 입교를 한 것이 10년 전이었다. 동생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샤흐라자드가 그랬듯, 원불교 교리를 가족모임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말해주었다. 까다로운 동생이 원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감탄하면서 해줄 때마다 우리는 신기해하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러더니 셋째 동생에 이어 부모님까지 입교를 하고, 나도 그 뒤를 따르게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던가.   

덕분에 그해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가족들과 참석해 역사적인 행사를 지켜볼 수 있었다. 평화롭고 편안한 그 분위기에 고무돼 가을에는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갈 수 있으려나 했던 법회를 어느새 일요일이면 으레 참석하는 걸로 알고 준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부모님 모시고 교당에 가서 좋은 말씀 듣고, 좋은 분들 보고, 좋은 노래 들으니 마음이 환해지고 생각이 정돈된다.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사심 없이 한 마음으로 몰입하는 것이 생활에 엄청난 힘이 됨을 깨닫게 됐다. 내 일상에 원불교가 스며들고 날마다 교리에 비춰 하루를 돌아보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그런 점에서 나는 거리에서 선교하는 교회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는 고민 지점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가 얼마 전부터 원불교를 믿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을 꺼내면 대부분 눈이 둥그레지면서 “원불교가 뭔데요?” “원불교와 불교가 어떻게 달라요?” “둥그런 그 원은 무슨 뜻인가요?”라고 묻는다. 절이나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받지 않을 질문들이다. 얼씨구나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는 1분, 3분, 10분 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 대답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공부가 부족한 신입교도나 교화하고 싶은 교도들에게 도움 될 원불교 안내 리플릿을 교단 차원에서 만들어 대대적으로 교화에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해 주면 좋겠다. 이미 마련돼 있는데 내가 못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화 속에 종교 이야기를 하는데, 원불교 교도들은 너무 신중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원불교를 왜 좋아하게 됐다고 물으면, 소태산 대종사께서 백여 년 전에 깨달음을 얻어 생활종교이자 실천종교로서 원불교를 열었고,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라는 사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열린 종교를 지향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됐다고 나는 고백한다.

명실상부한 4대 종교 교도로서 나를 드러내고 정성으로 다가가는 것이 원불교 대중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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