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는 좋은 관계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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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화는 좋은 관계가 되는 것
  • 전성욱 교무
  • 승인 2020.02.05 14:00
  • 호수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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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희망숲12

어느 날, 첫 부임지였던 궁동교당의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느덧 5~6년이 지나 직업군인이 된 그를 안암교당으로 초대했다. 같이 차를 마시고는 작은 포켓 교전과 내가 감명 있게 읽은 책 한 권을 건넸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다시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교무님 감사합니다. 교무님 덕분에 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직업군인을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어려웠는데 내가 건네준 책을 읽고(3번 정독) 그대로 해봤더니, 관계가 좋아지고 인정도 받게 되어 군 생활이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 책도 좋지만 교전은 더 좋으니 그것도 3번 이상 읽으라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 작은 감동이 몰려왔다. ‘작은 불공 하나가 이렇게 삶을 바꿔줄 수도 있구나.’ 이후 나는 사람 따라 불공하는 것에 더 노력하게 됐다.

우리는 교화(敎化)를 한다고 한다. 가르쳐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떤 선배 교무님이 ‘가르칠 교(敎)’를 ‘서로 교(交)’로 바꾸어 살면 더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변화되어 가는 것, 함께 부처가 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교화가 아닐까. 

교화는 그렇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당에 어린이 남매가 있다. 교당에 오면 어린 동생은 큰 교무님 방으로, 누나는 내 방으로 온다. 스승의 날 그 아이들로부터 받은 카드에 나는 ‘놀아주는 교무님’이었고, 큰 교무님은 ‘초콜릿 주는 교무님’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초콜릿을 잘 주고, 잘 놀아달라는 의미일까. 좋은 관계가 되려면,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재미’다. 놀이 속에 재미, 공부 속에 재미, 일 속에 재미, 유익 속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 교당 어린이들은 법회 보고 나서 같이 놀아주면 재밌어하고, 중고생들은 공부시켜주고 맛있는 간식 주면 재밌어 하고, 청년 대학생들은 법회와 훈련으로 스스로 진급하는 속에 재밌어하고, 취직을 시켜주면 좋아한다. 거기에 내가 주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내가 교무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고 출가까지 했듯이, 나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우리 교법을 더 좋아하고 행복해졌으면 한다.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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