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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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은혜입니다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0.02.05 13:10
  • 호수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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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4

“나들이를 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아내가 밖에 있는 빨래를 마루에 던져 놓았다. 나는 다 마른 것인 줄 알고 정리를 해 보니 날씨가 추워서 약간 얼어 있었다. 마루에 빨랫줄을 만들어 다시 걸어 두었다. 그런데 아내는 좁은 마루에 줄을 쳤다고 한마디 한다. 덜 말라서 걸어놓으면 저녁에 마르지 않겠냐고 하니, ‘해 주려면 진즉에 해 주시지요’라며 신경질적으로 반문을 하니 마음이 상했다. 부부간에 이렇게 의견이 틀리니 누가 말을 잘못했는가 생각해 본다.”

 

문답감정
첫째, 빨래가 마루에 정리되지 않은 채 있었던 것이 먼저 마음에 거슬렸습니다. 빨래를 걷었으면 잘 정리해 두었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 마르지 않은 것을 걷어 왔으니 둘째, 그 취사에 대해 또 잘못되었음을 꾸짖는 마음이 있고 화가 일어납니다. 그 마음을 다 누르고 빨랫줄을 치고 빨래를 널었습니다. 셋째, 내가 그래도 좋은 남편이지, 이런 것도 도와 주고 하면서 은근히 아내로부터 칭찬을 받으려 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마루에 빨랫줄을 만들어 주나요, 마루에 널어놓으면 다니기 불편하다는 등 오히려 잔소리를 하니 기분이 상합니다.

아내는 주택에 살면서 겨울 빨래를 할 때마다 빨래가 얼고 잘 마르지 않아 고생했을 것이다. 실내 어디에 빨래 말릴 곳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그것을 귀담아 듣지 않고 이제야 빨랫줄을 설치해 준 남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오히려 역정을 낸 것이다. 

먼저 내게서 일어나는 마음을 잘 보아야 한다. 상대가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시비를 나누고 화를 내면 그것에 가리어 바른 시비를 놓치고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화가 난 마음으로 그 일을 처리하는 남편의 태도와 기운이 이미 아내에게 전달되어 아무리 바른 지적이라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로 화가 일어난 것이다. 빨래하는 수고로움, 잘 마르지 않는 상황, 내가 바로 도움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빨랫줄을 설치하고 “당신 빨래 말리느라 수고 많아요, 내가 진즉 빨랫줄을 설치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요”하고 정겹고 사랑스런 마음을 담아 일을 수행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상대의 힘듦과 고생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상대도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인과의 이치다. 이러한 상황은 가족 간이나 직장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경계다.

그러므로 먼저 아무리 작은 화라도 미묘하게 올라오는 이 마음이 경계임을 명확히 인지할 때 그다음으로 연계하여 계속 있어지는 마음에 가리거나 속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를 나누지 않고 일을 나누지 않으며 그냥 행할 뿐, 상이 남지 않는 자성에 바탕해 세세곡절을 살피고 배려하고 보듬는 보살행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일기기재는 아무리 작은 경계라도 마음의 거래와 일의 시비이해를 일일이 챙기고 세밀히 살피게 한다. 그런 가운데 한마음도 놓치지 않는 공부를 통해 생활 속에서 분리 자성 단련의 무시선 공부법으로 이어지며, 실지 경계에서 자신을 성역화하고 정신세력을 확장하는 물 샐 틈 없는 공부법이 된다. 경계가 은혜다.
 
이 일기는 서울 도운회 월례회에서 문답감정하며 공부한 내용이다.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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