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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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에 대한 단상
  • 전정오 교도
  • 승인 2020.02.18 19:25
  • 호수 11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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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번 이쪽으로 먹으면 지옥이었다가도 저쪽으로 먹으면 극락이 된다. 그런데 그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옥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우리 중생의 생활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공부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법륜스님이 강연하는 유튜브 방송을 자주 보곤 한다. 매우 쉽게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풀어나가는 질문과 예화가 무척 경이롭다.

법륜스님이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타마는 전정각산 아래서 6년간 엄청난 고행을 했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니 출가 전에는 욕망의 충족이 행복인 줄로 알아 욕망을 따라갔고, 출가 후에는 욕망의 억제가 해탈의 길이라 생각해서 욕망을 억제했다. 그러나 자신이 만족할 만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고타마는 쾌락주의와 고행주의는 끌려가느냐와 거부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욕망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가 자신을 잡아당길 때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가는 것은 상대에 예속되는 것이나 끌려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것도 상대에 예속되는 것이다. 바깥 경계에 내가 속박받고 있다는 점에서 둘 다 똑같다. 고타마는 둘 다 경험해 보고는 둘 다 해탈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고행마저도 버렸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새로운 길이 ‘지금 여기 알아차림’이다. 욕구를 따르면 과보를 받고, 억압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알아차린다는 것은 거기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극을 모두 떠난 이 새로운 길을 불교에서는 중도(中道)라고 한다. 고타마는 중도를 발견하고 나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마음공부 관련한 한 가지 예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절에 갔는데, 여름이라 스님은 모시옷을 시원하게 입고 방에 누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스님께 물었다. “스님, 지옥이 어디 있습니까?” 스님이 대답했다. “네깟놈이 그것은 알아서 뭘 해. 너 같은 놈은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몰라. 너는 인간 쓰레기야”하고 마구 욕을 퍼부었다. 이 사람이 참다못해 이놈의 중놈 당장 쳐 죽인다고 주먹을 불끈 든 순간 스님이 소리쳤다. “그것이 지옥이다.” 그 사람은 스님이 지옥을 설명하느라고 수를 썼는데 속아 넘어갔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다. 그래서 껄껄 웃었더니 스님이 또 소리쳤다. “그것이 극락이다.” 이처럼 마음 한번 이쪽으로 먹으면 지옥이었다가도 저쪽으로 먹으면 극락이 된다. 그런데 그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옥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우리 중생의 생활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공부 하자는 것이다.

마음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피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아직 마음의 힘이 약할 때는 경계를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경계가 있는 곳을 피할 뿐 아니라 경계를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 마음공부에 방해가 될 경계에서 빠져나오면서 마음을 다지는 것이다.

둘째 ‘돌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는 마음을 돌리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원망할 일이 생겨도 그것을 감사로 돌릴 줄 알고 타력에 의지하고 싶어도 그것을 자력으로 마음을 돌려야 한다. 이 돌리는 공부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그것이 습관화되기까지 계속해 나가야 한다.

셋째 ‘잊는 공부’를 해야 한다. 대종사께서도 감정이 있으셨다고 한다. 즐거울 때 즐거워하시고 슬플 때 슬퍼하셨다. 중생과 다른 점은 대종사께서는 그런 감정을 오래 담아 두지 않으셨다. 중생은 거기에 집착하여 오래오래 괴로워하지만 대종사께서는 그러한 경계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순간순간 잊으셨다.

마음에 담아 두는 것은 거기에 끌렸음을 말하는 것이다.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지워버리는 공부가 필요하다. 피하고, 돌리고, 잊고 하는 바탕에는 굳은 서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원은 이러한 마음공부를 추진하는 원동력이다. 마음공부는 쉬지 않고 계속하면 마침내 마음을 쓰지 않고도 자연히 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경계가 경계임을 알아차리고도 거기에 반응하지 않는 단계에 달할 수 있다.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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