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거북] 나는 나의 속도대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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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거북] 나는 나의 속도대로 살고 있는가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0.02.18 19:55
  • 호수 11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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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2
[슈퍼 거북]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2018
[슈퍼 거북] 유설화 글.그림_책읽는곰, 2014

꾸준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할 때 우리는 흔히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예로 듭니다. 토끼는 달리기 경주에서 타고난 재능을 믿고 방심하죠. 그러다가 느림보의 대명사인 거북이에게 지는 수모를 당합니다. 상식적으로 거북이의 승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그날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승리의 기쁨에 도취돼 쭉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토끼를 이긴 거북이의 후일담을 재치 있게 풀어낸 <슈퍼 거북>을 소개합니다.

경주에서 토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거북이 ‘꾸물이’는 일약 스타덤에 오릅니다. ‘슈퍼 거북’이라는 별명도 얻고, 도시의 가게마다 ‘거북’을 상징하는 간판이 내걸리는 영광을 누리죠.

그러던 어느 날 꾸물이가 천천히 길을 건너는데 다른 동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슈퍼 거북이 왜 저렇게 느리냐면서요. 꾸물이는 동물들이 자신의 본모습을 알고 실망할까 봐 전전긍긍하다 이내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맨 먼저 도서관으로 달려가 ‘빨라지는 방법’이 나온 책을 모조리 찾아 읽고 그 방법들을 실천에 옮깁니다. 먹으면서도 씻으면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가 뜰 때부터 달이 질 때까지 쉴 새 없이 기량을 갈고닦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꾸물이는 비로소 그 누구보다 빠른 ‘진짜 슈퍼 거북’으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 뒤의 공허함이랄까요, 꾸물이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천천히 걷는 게 꿈일 정도로 몹시 지쳤기 때문입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 무렵 토끼가 꾸물이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밉니다. 꾸물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이웃들이 떠들어 대는 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락합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는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걱정 때문에 몇 날 며칠 잠을 설친 꾸물이와 이번엔 절대 지지 않겠다는 토끼의 시합 날이 밝았습니다. 꾸물이는 ‘슈퍼 거북’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김화이 객원기자(아래쪽)와 일곱 살 딸 주서연(윗쪽)이 <슈퍼 거북> 표지를 그려보았다. 

/ 글 김화이 객원기자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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