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정성으로, 변함없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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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정성으로, 변함없는 마음으로
  • 우형옥 기자
  • 승인 2020.02.26 17:13
  • 호수 1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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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돈암교당 박경신 교도

 

“처음에는 힘든 시집살이, 장사를 하며 만나는 별의별 사람 등 힘들었던 일을 어떻게든지 대종사님에게 원을 두고 풀었어요. 매일 심고를 하고, 주마다 교당에 나오며 마음 경계를 법신불 전에 다 털어놓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옛날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거든요. 근데 요즘은 오랫동안 꾸준한 사람이 너무너무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1박2일과 꽃보다청춘으로 유명한 나영석 PD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다. 이처럼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꾸준히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이런 사람이 돈암교당에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바쁜 와중에도 모든 교당 행사에 함께하며 묵묵히 힘을 보태는 박경신 교도를 만났다. 

영혼의 보금자리

그는 종로 광장시장에서 속옷 장사를 한다. 일이 바쁠 땐 밤 12시나 되어 돌아오는 나날들이 반복됐다. 그뿐이랴. 그는 엄마였고 며느리였다. 고된 시집살이와 자식 치다꺼리 또한 그의 일이었다. 거진출진 3좌위인 어머니의 연으로 고등학교 시절 광주교당을 다녔지만 삶에 치여 교당은 생각지도 못했다. 힘든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어 절에 다니고, 무당을 찾아 공을 들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공들이는 방법일까?’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어머니의 연으로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영묘원에 모시면서 다시 교당에 발이 닿았다. 오랜만에 교당에 가서 본 교전에는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공을 들이면 될지 아주 세밀하게 적혀있었다. 또 이상하게 그의 마음을 잡은 것은 성가28장 ‘구름이 가리어도’였다.

“세속이 얽매어도 뜻은 한결 그 뜻이라… 내 어이 마음 고향 나의 고향 잊을건가…그리워라 나의 도량, 내 영혼의 보금자리… 그때 ‘내가 해야 할 것은 이것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마음을 조금조금 열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에게 원불교는 뒤늦게 찾은 영혼의 보금자리, 다시 찾은 마음의 고향이었다. 그는 이 법을 놓칠 수 없었다.

 

기도와 공부로 얻는 힘 

이른 새벽, 그를 깨웠던 어머니의 독경소리처럼 이제는 그의 목소리가 가족의 하루 시작을 알린다.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심고를 올리는 그. 심고를 올리는 아침 30분은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준다. 심고뿐만이 아니다. 교당에서 올리는 모든 기도에 제일 앞장서며 특히 월초기도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의 생활에 기도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다. 

“처음에는 힘든 시집살이, 장사를 하며 만나는 별의별 사람 등 힘들었던 일을 어떻게든지 대종사님에게 원을 두고 풀었어요. 매일 심고를 하고, 주마다 교당에 나오며 마음 경계를 법신불 전에 다 털어놓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얼마 전엔 매일 특별기도를 올렸던 집안의 복잡한 일이 원만히 해결됐다. 그의 자식들은 그에게 모든 게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울컥한 마음을 붙잡고 그는 또 한 번 기도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이젠 대종사 법을 마음에 새기며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가족, 교당 또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는 그다. 요즘은 교전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사경과 감사일기는 기본이요, 수요공부방을 통해 배웠던 내용은 모두 녹음해 쉬는 틈틈이 다시 듣고 있다. 일요법회, 수요공부방, 월초기도, 특별기도 무결석에 교도들의 애경사까지. 매일매일이 바쁜 하루다. 

 

허장성세 아닌 진심으로

이심진 주임교무의 제보에 의하면 그는 매주 토요일마다 단원을 챙기는 성실한 단장이기도 하다.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단장에 감동한 단원들은 단장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법회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그는 쑥스러운 목소리로 “그런 게 아니라 저희 단은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아요. 그러니 법회도 법회지만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은 없으셨는지 안부를 묻고 챙기고 싶어 매주 전화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본인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제는 교당의 전 교도들이 그의 신성과 진심을 알고 있다. 그는 올해 모든 교도의 찬성으로 교도부회장에 임명됐다.

인터뷰 내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수줍은 미소를 보였던 그. 그러나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분명한 목소리로 열심히 공부해 출가위에 오르고 싶다 말한다. 그런 그를 이 주임교무는 ‘허장성세가가 없는 교도. 꾸밈없이 모든 일에 진심인 교도’라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터로 향한다. 그렇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어느 날 출가위에 올라있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한 것은 왜일까. 그는 대단한 교도였다.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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