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피해자, 용서의 수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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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피해자, 용서의 수혜자
  • 전정오 교도
  • 승인 2020.03.18 13:48
  • 호수 11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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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필자의 한 친구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의 뒷바라지로 최고 명문대학을 졸업했다. 그 친구는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였으나 형이 더 이상 뒷바라지를 해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대학까지 교육 시켜 준 형의 은혜는 잊고, 대학원을 보내주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만 가득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도 그 친구는 매사에 부정적이며,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아 친구들하고도 소원하게 지낸다. 통계적으로 보면 즐겁고 긍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오래도록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반해, 우울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불행한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고 건강할 거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가끔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딸들에게 “네가 화를 내면 누가 가장 괴롭니? 네가 남을 미워하면 누가 제일 힘들까?”를 반문하며 스스로 그 답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한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이태원클래스’에서 주인공 박새로이는 아버지의 원수인 장대희 회장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복수하기 전에 내 행복은 있을 수 없다”면서 눈빛을 뜨겁게 불태우고 있다. 그렇다면 복수를 하고 난 후, 박새로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복수하겠다는 일념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가 복수를 끝내고 나면 그 후에 오는 허탈감은 참으로 극복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면서 사람 간의 갈등에서 마음의 고통으로 허우적거릴 때 가장 힘든 사람은 우리 자신이며, 그 갈등에서 벗어날 때 가장 큰 수혜자 또한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웨인 다이어는 저서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에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용서”라고 말한다. 용서하지 않는 한 내 몸과 마음은 분노와 상처 속에 늘 갇혀 있게 된다. 일상에서 심적 고통의 대부분은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 몸부림인 경우가 많다.

<대산종사법어> 교리편 36장을 보면 “복이 있는 사람은 원수라도 은혜로 돌려 즐거운 생활을 하는 사람이요, 복이 없는 사람은 은인이라도 원수로 돌려 괴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이 나를 괴롭히고 해치려 할 때 원수로 보지 말고 ‘저 사람이 나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길을 열어 주는 사람이구나’ 하고 은혜로 알아서 감사생활을 해야 하느니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범부가 받아들이기에는 참 어려운 법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법문을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마음공부 하는 이유이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생활이 크게 제약되며, 경제 상황은 한없이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를 쓰니 겨울 동안 따뜻해서 좋다든지, 여자들은 화장을 안 해도 된다든지 하며 애써 여유를 찾으려 한다.

SNS에서는 잠깐이라도 웃자고 코로나19에 대한 축복론이 회자되기도 한다. ‘와이프가 여행이나 쇼핑가자고 조르지 않는다/ 입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남편은 내가 코로나 때문에 하루종일 입에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 한지 모르고^^’ 등등 가히 원불교적인 해석이다.

고(苦) 속에서도 혜(惠)를 발견하자.
 

전정오
분당교당 교도회장
건국대 겸임교수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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