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요한 건 지금 이대로의 나로 충분해
상태바
나에게 필요한 건 지금 이대로의 나로 충분해
  • 박선국 교도
  • 승인 2020.03.25 12:00
  • 호수 11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마음공부8
내 몸이 사라졌다(J'ai perdu mon corps, 2019)
감독 : 제레미 클레팡
목소리 출연 : 하킴 파라스(나오펠), 빅투아르 뒤 부아(가브리엘)

‘내 몸이 사라졌다’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공포 영화처럼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어드벤처 영화 같은 느낌도 준다. 그러다 청춘 로맨스 영화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이 영화가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며 과거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앞으로 한 발짝 전진하는 이야기를 다룬 기발한 아이디어 위에 현실과 판타지를 잘 섞어놓은 성장 영화임을 알게 될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주인공 나오펠과 ‘그것’-‘그것’이 무엇인지는 글 말미에 밝히고자 한다-의 두 이야기는 과거(흑백)와 현재(컬러)가 서로 섞여 교차하면서 이어진다.

 

영화해설과 마음보기

이야기 하나 : 나오펠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우주인이자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꿈꾸던 나오펠. 그러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그는 프랑스에 사는 친척 집에 오게 된다. 청년이 된 나오펠 그는 피자 배달을 한다. 모든 희망과 꿈이 깨어진 그는 무기력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바이 사고와 실수로 또 피자 배달을 망치고 만다. 그러나 못 먹게 된 피자보다 그가 다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는 가브리엘이라는 고객. 그녀는 도서관에서 일한다. 다시 보고 싶은 그녀를 어렵사리 찾아낸 나오펠이지만 모든 게 서툴다. 그러다 목수 일을 하는 그녀의 삼촌을 알게 되고 그의 일을 돕게 된다. 그녀와 더 가까워질 기회가 온 거다. 마침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그리고 사고가 난다.

이야기 둘 : 사고가 난다. 그리고 ‘그것’이 깨어난다. ‘그것’은 사라져 버린 몸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몸을 찾아 나선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기가 깨어난 장소를 빠져나와 비둘기와 사투를 벌이고 추락하여 쓰레기 수거차로 떨어진다. 어렵사리 쓰레기더미에서 벗어나 겨우 지하철역에 다다르지만, 또다시 쥐 떼들과 한판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인다. 갈 길은 먼데 호수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그를 우연히 구출한 맹도견에 의해 위험을 벗어난다. 그것도 잠시 그 주인의 오해로 쫓기듯 아파트를 벗어나 겨우 한숨 돌리며 어린아이의 품에서 잠시 편안함을 느낀다. 이제 저기 목표가 보인다. 그는 우산을 타고 제일 어려운 고비를 벗어나 드디어 몸과 만난다. 하지만 그는 다시 그 몸과 하나가 될 수 없다.

이 영화에는 3개의 주요 요소가 있다. ‘그것’과 녹음기(테이프) 그리고 파리이다. 꿈은 크고 많았지만, 온실의 식물처럼 소심하고 의기소침한 나오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대신해보겠다는 듯이 ‘그것’은 어려움과 위험을 헤쳐나가는 모험을 서슴지 않는다. 홀로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 움직이는 ‘그것’은 기괴하고 섬뜩하며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또 한편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서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사고로 잘려나간 나오펠의 오른손으로 나오펠의 이룰 수 없었던 꿈을 보여준다. 그 오른손이 어린 시절 잡고 있었던 녹음기로 기록한 테이프에는 그의 좋은 추억뿐만 아니라 나쁜 추억이 간직되어 있다. 그는 새롭게 그 위에 녹음함으로써 추억과 죄책감에서 벗어남을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시작하여 나오펠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때-부모님의 차 사고, 가브리엘과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오토바이 사고 그리고 작업장의 사고 등-마다 등장하며 삶의 전환점을 표시하는 존재임을 부각하는 ‘파리’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나오펠에게는 꼭 붙잡아야만 하는 운명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 나오펠이 모든 것(추억, 꿈 죄책감)을 버리고 타워크레인을 향해 그 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자살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점프를 할 때 파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오펠은 ‘생은 이미 결정이 되어 있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비껴갈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점프는 성공할 수 있었다. 운명이란 잡는 것이 아니라, 놓아줌으로써 자신만의 운명을 찾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마음공부돈암교당 박선국 교도
영화 속 마음공부
돈암교당 박선국 교도

 

3월 2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