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교화와 문답 감정 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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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교화와 문답 감정 해오
  • 오민웅 교도
  • 승인 2020.04.01 12:10
  • 호수 1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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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얼마 전 저녁에 산책하면서 11살 딸아이랑 이런 문답을 했다. “아까 아빠가 건강을 생각해서 엄마보고 운동을 좀 하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안 할 것처럼 말하니까 아빠 마음에 짜증이 막 올라오는데 어떡하지?” 그러자 딸아이는 “원불교에서 배운 대로 ‘멈살돌’ 해.” 그래서 나는 “알았어. 일단 멈추고 살피고 본래 마음으로 돌이켜 볼게.”

“그런데 멈살돌을 해도 짜증이 계속 일어나는데 어떡하지?” 하니, “계속 멈살돌을 외워 그럼. ” “그런데 엄마가 운동을 안 하는데 왜 아빠 마음에서 짜증이 일어날까?” 딸아이와 이러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내 마음속에 불같이 일어나던 시비심과 짜증이 가라앉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딸아이는 저녁이 되면 하루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아빠나 엄마에게 일일이 다 말해주면서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자신이 처음 들어보는 말이나 단어가 나오면 그게 무슨 뜻인지도 반드시 물어봤다.

때로는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태어나서 본능적으로 묻고 배우는 것을 통해 성장해 간다는 생각이 있어, 성심성의껏 대화에 응해주려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 원불교 교법에서의 상시훈련법 중 문답 감정 해오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제3수행편 제2장 정기훈련과 상시훈련 2. 교당내왕시주의사항에서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공부하는 중 어느 때든지 교당에 오고 보면 그 지낸 일을 일일이 문답하는데 주의할 것이요, 감각된 바를 보고하여 지도인의 감정 얻기를 주의할 것이요, 의심된 바를 제출하여 지도인에게 해오 얻기를 주의할 것이요”라고 밝혀 주셨다.

소태산 대종사가 교당내왕시주의사항에서 밝혀 주신 문답 감정 해오가 교당 법회 과정에서 잘 이루어지는 것이 교도들을 훈련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실제 법회에서는 이러한 문답 감정 해오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도와 교무 사이에 문답 감정 해오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큰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딸아이와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딸아이는 자신이 모르거나 궁금한 것을 아빠에게 물어보는 것을 전혀 부담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에 따라 아빠인 나도 자연스럽게 딸아이와의 문답에 참여하고 아빠의 생각이나 고민도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이러한 문답 감정 해오의 과정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알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서로 배우고 가르쳐 주는 것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교당에서의 법회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마음공부를 한다면 그곳이 바로 교당이요, 그 순간이 법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당내왕시주의사항에서의 문답 감정 해오가 일반 가정에서 가족 간에 이루어지면 마음공부를 통한 가족 간 대화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감정이나 해오는 지도인의 지도가 필요하므로 가족 간에 문답 감정 해오를 통해 보충해야 할 부분이나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은 교당 교무들을 통해 다시 검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울안칼럼
오민웅
원남교당, 삼동법률사무소 변호사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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