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강아지 & 불편한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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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강아지 & 불편한 강아지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0.04.01 13:26
  • 호수 1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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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6

마스크를 착용하고 익산에서 서울 올라오는 기차를 탔다. 곧이어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내 옆에 한 분이 앉았다. 강아지를 보는 순간 경계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기본 상식과 공중도덕을 안 지키는 사람에 대한 일어나는 마음과 감정은 놀라고 두렵고 미운 마음이 일어난다. 아, 그런데 강아지로부터 특유의 냄새가 난다. 불쾌하고 비위가 상하며 멀미가 일어나려고 한다. 평소 나는 강한 인조향이나 화장품, 향수 등에 민감하다. 그러니 강아지 냄새는 더욱 싫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가 동물에서 발생한 것이라 하고, 한국도 심각한 상황이기에 공중도덕과 국민안전수칙을 서로서로 지켜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든다

옆 사람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코를 막고 강아지 냄새 때문에 지금 내가 많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려 주기를 기대해 보지만, 옆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강아지를 연신 쓰다듬고 핸드폰으로 강아지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한다. 자세히 보니 발아래 이동용 강아지 가방이 있다. 강아지를 가방에 넣어 달라고 말을 하면 상대방이 불편하게 생각할 것 같아 망설여진다. 내가 원불교 교무 복장을 하고 있으니 혹 원불교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남길까 봐 조심스럽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참을 망설이며 주저하다가 “실례지만 이 가방이 강아지 넣는 가방인가요?” 하고 물으니 “네, 맞아요” “그럼 강아지를 가방에 넣으면 좋겠습니다. 강아지 냄새가 나서 제가 좀 불편해서요.” “아침에 목욕시켰는데요. 그리고 강아지가 가방에 들어가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요.”

그리고는 꿈쩍하지 않는다. 언제쯤 강아지를 넣을까 기다려 보지만 강아지를 넣을 생각이 없다. 상대에 대한 에티켓을 지키지 않으면서 내 말까지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미운 마음과 화가 올라온다

한 번 더 말해 주고 싶지만 멈추어 생각해 보니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되어 자리에서 나와 내용을 전하고 다른 좌석을 요청했다. 승무원은 흔쾌히 자리를 변경해 주고 강아지를 이동장에 넣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니 바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반갑고 만족스러웠다.

카톡으로 함께 문답감정

- 강아지를 안고 옆자리에 앉은 분은 그대로 있건마는 나에게는 경계다(바깥경계, 나타난 현실, 물리적 사실이다).

내 마음에 공중도덕을 안 지키는 사람으로 그 분을 규정짓는다. 배려가 없고 기본이 안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미운 마음과 화가 일어나는 경계(내적 경계, 일어난 마음, 화학적 반응)를 바라본다.

- 좋다 싫다 밉다는 기준은 온전히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직시하고 잠깐 멈추어 상대방의 입장과 내 마음을 역지사지해 본다.

마음의 원리에서 대조해보니 경계란 시절 인연과 좋아하고 싫어함에 일어나는 마음일 뿐. 그것에 끌리지 않고 대중잡는 공부를 오래오래 하면 마음의 자유와 행복을 얻을 것이다. 오늘도 경계 따라 일어나는 마음으로, 나의 기준과 분별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공부하는 하루가 되었다. 마음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니 요란함이 지속 되지 않았고 평상심을 가질 수 있었으며 바른 취사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의 기준으로 계속 미워하는 마음이나 분별성에 집착하지 않으니 경계로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고 온전한 정신으로 취사하는 은혜가 됐다.

마음공부 문답감정
김관진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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