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의 시발점과 우리의 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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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의 시발점과 우리의 수행법
  • 라도현 교도
  • 승인 2020.04.07 23:29
  • 호수 1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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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공즉시색17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편치 않은 시기에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간악한 성 착취와 돈벌이를 엮은 인간의 타락한 욕망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부처님 말씀하시되, “애욕은 색(色)에 더 심함이 없나니, 색으로부터 나는 욕심이 그 큼이 가이 없나니라. 사람 사람이 그 하나 있음이 다행이요, 만일 둘을 가졌다면 천하에 도를 행할 이가 하나도 없으리라.”(<사십이장경> 24장)

이렇게 단언하신 부처님은 이 색욕을 다스리는 방법을 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늙은 여인은 어머니 같이 생각하고, 젊은 여인은 누이 같이 생각하고, 어린 여자는 딸 같이 생각하여 예로써 공경할지니라. 또는 이 몸이 필경에 공(空)한 것과 현재에 부정(不淨)한 것을 보아서 곧 그 색심을 놓을지니라.”(<사십이장경> 29장)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곧 그대로 중생의 삶이 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생(多生)에 지녀온 애욕의 습관으로 크게 절망한 나머지, 공부심이 장(壯)한 사람은 때로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색욕이 그치지 않음을 걱정하여 칼날로써 그 음(陰)을 끊으려 하거늘,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그 음을 끊음이 그 마음을 끊음만 같지 못하나니, 마음은 곧 운전사라 운전만 그치면 모든 기관은 스스로 다 쉴 것이어늘, 사심(邪心)은 제하지 아니하고 그 음만 끊은들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하시고,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설하시되, “욕심은 네 뜻에서 나오고, 뜻은 생각에서 나도다. 뜻과 생각을 끊으면, 색과 행에 끌리지 않으리라.”(<사십이장경> 31장)

욕망의 근원을 지목하는 이와 같은 가르침은 우리 경전에도 나와 있습니다.

“죄는 본래 마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라 마음이 멸함을 따라 반드시 없어질 것이며, 업(業)은 본래 무명인지라 자성의 혜광을 따라 반드시 없어지나니….”(<정전> 참회문)

식을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은 뜻[意]에서 나고, 그 뜻은 또한 생각에서 나니, 그 생각을 쉬는 것이 곧 공부입니다. 안팎의 경계에 집착하여 끊임없이 일으키는 생각[망상]들을 쉬어서, ‘텅 비고 고요하다’는 생각마저 없을 때, 이것을 ‘마음이 멸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이들은 곧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느냐는 것이지!’

이러한 사람을 ‘이론은 알아도 불법은 모르는 불자’라고 합니다. 이론엔 무지해도 직접 닦아서 체득한 이만 못합니다. 불법을 지식으로 쌓으면 망념 가득한 사람이 되고, 생각이 사라진 빈 마음이 경계를 비추면 매 순간이 반야입니다.

모르는 이는 텅 빈 마음과 밝은 지혜와 올바른 행동을 세 가지로 알지만, 자성을 깨달은 이는 이 세 가지가 하나임을 압니다. 머리로 공부하면 부처님의 위빠사나 수행이 여러 공부법 중 하나로 보이지만, 마음으로 체득하면 이것은 공원정(空圓正)이 함께 이루어지는 수행임을 압니다. 이 자리에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성품의 반야(영지)를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공원정 삼위일체의 원리가 그대로 우리 무시선법의 원리입니다.

라도현
화정교당 교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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